'아파트 청약당첨=계약' 공식 깨진 이유는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10.07.15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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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시장 침체..집값 하락 감내보다 청약통장 포기선택

"얼마 전 까지만 해도 고객들이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면 곧바로 계약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단지 중에 청약률은 100%가 훨씬 넘는데도 계약률은 70%가 안 되는 곳이 많다고 하더군요."(A은행 개인금융부 청약 담당자)

'청약'이 곧 '계약'으로 이어지는 아파트 청약 공식이 깨지고 있다. 부동산시장이 침체된 탓이다. 아파트 청약에서 한번 당첨된 통장은 다시 사용할 수 없다. 1순위 자격을 얻으려면 또 2년을 기다려야 한다. 그럼에도 청약에 나서 당첨됐지만, 실제 계약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15일 은행권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수도권에 분양된 A아파트는 청약률이 무려 10대1이 넘었지만 실제 계약률은 90%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 아파트는 지금도 미계약분 아파트를 팔고 있다.

이 아파트 분양 관계자는 "청약 1순위에서 높은 경쟁률로 마감을 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실제 계약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현재 잔여가구에 대한 분양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경기가 아무리 안 좋아도 입지만 좋다면 청약은 1순위에서 거의 마감 된다"며 "문제는 그게 실제 계약률로 이어지느냐다"고 말했다.



'아파트 청약당첨=계약' 공식 깨진 이유는


지난해 5월에 비해 1년 새 청약통장(저축·예금·부금) 가입건수는 88만좌 줄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 청약에 나섰거나 해지했다. 청약통장은 통상 2년이 지나야 1순위 자격이 주어진다. 통장을 신중하게 사용해야 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청약자들이 계약을 쉽게 포기하는 이유로 '부동산시장 침체'를 들었다.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 이미영 팀장은 "일단 입지가 좋은 곳에 청약을 했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상황이 좋아 보이지 않기 때문에 섣불리 계약을 하지 못 한다"며 "계약 후 중도금과 잔금 등 많은 돈을 물리는 것보다 청약통장 하나 버리고 마는 게 낫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입지가 좋은 단지의 경우 청약할 당시 관심이 쏠려 많은 사람들이 청약을 하지만 막상 계약할 때는 실제 자금 융통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청약할 당시 만해도 프리미엄이 붙는 아파트로 알려졌지만, 계약하려고 보면 상황이 달라지는 경우도 많다는 설명이다.


또 주변 사람들을 의식하며 계약하는 청약자들이 많아 청약률이 실제 계약률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다가 이미 분양 받은 사람들로부터 "집값은 떨어지고 대출 이자는 올라 경제적 부담이 심하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계약을 포기한다는 것이다.

이밖에 정부가 내년 3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주택 '재당첨 제한'을 폐지했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청약자뿐만 아니라 세대원들의 청약통장을 활용할 수 있는 이유로 쉽게 청약에 나선다는 의미다. '재당첨 제한'이란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에 당첨된 사람의 세대원은 다른 분양 주택의 입주자로 선정될 수 없는 제도다. 지난 2006년 2월에 개정된 주택법으로 2009년 4월부터 2년간 시행되고 있다. 이 제도가 완화돼 세대원들의 통장을 여러 개 활용할 수 있다는 것.



은행권 관계자는 "입지가 좋은 곳에 혹시나 해서 청약을 해 당첨이 되더라도 앞으로 아파트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보는 사람들은 계약하지 않는다"며 "그럴 경우 아무 의미 없이 아파트 청약 1순위 자격만 상실하게 되는 꼴이다"고 말했다.

한편 은행권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 건수는 지난해 5월 583만2987좌에서 올해 5월 기준 957만2000좌로 64% 늘었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로 올 들어 증가세는 더딘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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