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군 가보니… 땅값 반토막, 아파트 바겐세일

머니투데이 연기·조치원(충남)=장시복 기자 2010.07.02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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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세종시 수정안 부결후 시장반응 싸늘


- 전국 1위 급등지서 1년새 분위기 급랭
- 수정안 부결 이후로도 시장반응 싸늘
- "대세 하락기…+α없이는 반등 힘들듯"


연기군 가보니… 땅값 반토막, 아파트 바겐세일


세종시가 들어서는 충남 연기군 부동산시장은 정치권 논란의 중심에 서며 전국 최고 상승률과 최고 하락률을 오락가락하는 등 부침을 겪어왔다. 이번에 수정안 최종 부결됐지만 아직 '플러스 알파' 논란이 남아있고 전반적인 경기 침체와 맞물려 있어 당분간 회복은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많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행정중심복합도시가 적극 추진됐던 참여정부 당시인 2004년과 2005년 연기군 땅값은 각각 23.33%와 27.71% 치솟는 등 5년간 무려 187.8% 급등해 전국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전국 상승률은 각각 3.86%와 4.98%에 불과했다. 조치원읍 죽림리 I공인 대표는 "당시에는 기자들과 투자자들이 하루 종일 줄을 서서 찾아와 일을 보기 힘들었을 정도"라고 회상하기도 했다. 기획부동산이나 브로커들도 흔히 등장했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에도 연기군 일대 부동산시장은 비교적 강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세종시 수정안이 고개를 들기 시작하면서 나홀로 하락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전국 모든 땅값이 오르는 상황에서 연기군만 땅값이 0.016% 떨어지기도 했다. 지난 한해 연기군 땅값은 전년에 비해 1.29% 하락했다.

K공인 민모 대표는 "좋은 시절만 해도 3.3㎡당 50만원을 훌쩍 넘었던 연기군 농림지가 지금은 절반 이하인 20만~30 만원 수준으로 내렸다"며 "그나마 거래도 거의 안이뤄져 거래가격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주택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4월말 현재 충남 지역 미분양 주택수는 1만2973가구로 이중 연기군 조치원읍 등에 적체된 미분양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2005년 무렵 '후광 효과'를 기대한 건설사들이 인근에 대거 아파트를 공급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방 주택시장이 얼어붙은데다 수정안 논란이 가열되자 과잉 공급됐던 물량 해소는 쉽지 않았다. 조치원읍의 아파트들은 20%의 분양가 할인에도 불구하고 미분양이 적지 않다.

한 대형 건설사는 아파트 골조 공사까지 해놓고도 분양을 미루고 있다. 이른바 '딱지'로 불리는 이주자 택지 입주권도 한때 최고 1억2000만원에 거래됐지만 현재 4000만원 정도에 매물만 나온 상태다.



때문에 현지 중개업계에선 세종시 수정안 최종 부결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시장 분위기가 반전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막상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부결이후 이틀째 시장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게다가 앞으로도 이 세종시 부지 내부에도 아파트가 계속 공급될 예정이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오는 9월부터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첫마을 2242가구를 시작으로 세종시에는 아파트 18만6804가구, 단독주택 1만3196가구 등 총 20만 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LH 관계자는 "당초 지난해 9월 분양 예정이었지만 수정안 논란으로 지연하게 됐다"며 "시장 상황이 좋진 않지만 정부의 계획에 따르기 위해 추진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서 땅을 분양받은 10개 건설사들은 지난해 5월 분양예정이었지만 아직도 중도금과 잔금 납부를 거부하며 사업을 저울질 하고 있다. LH 관계자는 "그동안 건설사들이 불확실성을 이유로 들어 미뤄왔는데 어쨌든 결론이 난 만큼 조만간 업체들과 만나 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방주택시장이 워낙 얼어붙은데다 기반시설 부족으로 분양이 좋은 성적을 내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부동산114 김규정 본부장은 "충남권 주택시장은 미분양이 대거 몰려있는 등 좋지 않은 편"이라며 "물론 세종시가 장기적으론 호재가 많지만 좋은 입지의 수도권 분양시장도 쉽지 않은 현실에서 서울 등 외지인 투자자들이 달려들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도 "'플러스 알파'가 들어온다면 조금 나을 순 있겠지만 대세 하락기에 예전처럼 투자 수요가 이곳까지 움직일지는 의문"이라며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원안 개발 계획은 2030년까지 장기간에 걸쳐 잡혀 당분간 기반시설이 부족한 점도 매력을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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