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164'…친이 친박 야당 수와 일치했다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0.06.29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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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국회 본회의장. 세종시 수정안 표결 결과가 전광판에 뜨자 의원석에서 박수소리와 한숨소리가 동시에 흘렀다. 박희태 국회의장이 "찬성 105표, 반대 164표, 기권 6표로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됐다"고 알리자 이날 수정안 반대토론에 나섰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얼굴에는 순간 밝은 빛이 돌았다.

표결에서 수정안 찬성으로 나타난 105표는 한나라당 친이(친이명박)계 의원들의 수와 거의 일치했다. 반대표 164표도 한나라당 친박(친박근혜)계와 야당 의원들을 합산한 수와 맞아떨어졌다. 표결이 철저하게 계파 대결로 진행됐다는 의미다. 이런 내용은 본회의장 전광판에 기록된 의원들의 표결 내용에서도 확인됐다.



'105:164'…친이 친박 야당 수와 일치했다


반란표는 손에 꼽을 정도에 불과했다. 한나라당 친박계 진영의원(서울 용산)과 무소속 이인제 의원(충남 논산)이 예상을 깨고 찬성표를 던졌다. 지난 22일 국토해양위에서 찬성표를 행사했던 친박계 최구식 의원은 이번에도 '소신'을 지켰다. 반면 중립 성향으로 분류되지만 한나라당 서울시당위원장을 지낸 권영세 의원과 소장파 남경필 의원(경기 수원팔달), 친이계 권영진 의원(서울 노원을)은 지역구와 계파를 떠나 반대표를 던졌다.

표결 전 친이계 의원들의 얼굴에는 일말의 불안감도 없지 않았다. 본회의 부의 요구서에 서명한 의원이 66명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이탈표'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친이계 일부 의원은 본회의 표결 자체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기도 한 상황이었다. 친이계 한 의원은 이와 관련, "표결 결과가 정말 그렇게 나온다면 심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부결을 자신한 친박계의 표정은 편했다. 본회의가 시작되고 출석의원 숫자가 265명에 달하자 부결에 대한 자신감도 엿보였다. 영남권 친박계 한 의원은 본회의 전 기자와 만나 "순리대로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수정안은 한 매듭을 짓게 됐지만 '승리'한 친박계나 '패배'한 친이계 모두 적잖은 숙제를 떠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양 계파 모두 "이번 표결을 계기로 논란이 종식되길 바란다" "더 이상 편 가르기는 없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지만 이번 표결로 오히려 지금까지 두루뭉술하게 구분됐던 계파 전선이 보다 명확해졌다.

여권 한 관계자는 "안 그래도 지방선거 패인이 계파 갈등이라는 목소리가 높은데 이번 '대결'로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친이계는 당장 "레임덕이 시작됐다"는 말이 나오는 것부터 수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대로 방치한다면 지방선거 패배 이후 급격하게 국정 운영 동력을 잃었던 지난 정부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박 전 대표의 숙제도 만만찮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번 일로 자칫 계파 수장의 이미지가 굳어질 경우 전투에선 이겼지만 전쟁에선 승리를 확신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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