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KB금융은 선장 없이 항해하며 숱한 역경을 겪었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이 회장 대행으로 조직을 이끌었지만 바람 잘 날이 없었다.
강 행장과 이철휘 자산관리공사 사장, 김병기 전 삼성경제연구소 사장 등이 회장 후보 면접 대상으로 확정됐다. 그런데 12월 1일 이 사장과 김 전 사장이 면접을 며칠 앞두고 동반 사퇴했다. 공정한 게임이 아니라는 이유를 들었다.
논란이 확산되자 강 행장은 "앞으로 KB금융지주 회장 후보로 나서지 않겠다"고 몸을 낮췄다. 긴급 기자회견을 연 자리에서는 "회장 내정자 사퇴와 관련해 금융당국의 어떤 압력도 없었다"고 당국을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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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KB금융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종합검사가 이뤄졌고, 검사과정에서 수검일지가 유출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당국과 KB금융 관계는 악화일로였고, 그 만큼 검사 강도는 세졌다.
검사가 끝나갈 쯤 KB금융 이사회 안팎으로 후임 회장 선임절차 개선에 대한 논의가 재개됐다. 3월 주주총회에 도덕성 논란을 일으킨 일부 사외이사가 교체됐고, 회추위가 다시 꾸려졌다.
회추위는 5월 초 1차 회의에서 임석식 사외이사를 위원장으로 선출하고, 회장 후보 자격기준과 선임 방법 및 절차를 확정했다. 5월 말에는 2차 회의를 열고 외부기관 3곳을 통해 33명의 후보군을 확정했다.
6월 초에는 이 가운데 후보자 숏 리스트를 작성하고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 이철휘 자산관리공사 사장, 이화언 전 대구은행장, 김석동 농업경제연구소 대표 등 4명을 최종 면접 대상자로 뽑았다.
김 대표가 중도 사퇴해 15일 있었던 면접에는 나머지 3명만 참석했다. 이 중 어 위원장이 최고 점수를 받아 9개월간 공석이었던 KB금융 회장 자리에 올랐다. 어 위원장은 오는 17일 임시 이사회를 거쳐 다음 달 13일 임시 주총에서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