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못남'의 첫번째 벽 "신혼집 마련에 1.2억원"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2010.06.15 09:49
글자크기

[결혼전쟁]<2-3>"결혼비용 1.7억원, 9년새 2배 늘어···주택자금이 72.7%"

편집자주 결혼에 대한 미혼남녀의 가치관이 달라지고 있다. 결혼과 임신·출산을 당연하게 생각하던 여성들이 점차 이를 '선택'으로 받아들이면서 가족의 구성, 나아가서는 사회·경제적으로도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머니투데이는 결혼에 대한 남녀 패러다임 전환의 원인과 사회적 영향, 대책 등을 총 4회에 걸쳐 연재하고, 현실화된 '결혼전쟁'에 대비하고자 한다.

<2-1>"결혼, 지금은 싫다고? 진짜 이유를 말해요”
<2-2>치마폭 속의 3,40대 아들, 엄마는 피곤하다


'결못남'의 첫번째 벽 "신혼집 마련에 1.2억원"


신혼집 자금 마련은 '결혼 못하는 남자'들이 첫 번째로 맞닥뜨리는 벽이다.



한국결혼문화연구소와 유성열 백석대 교수가 발표한 '2009년 결혼비용조사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신혼부부의 평균 결혼비용은 1억7245만원으로 조사됐다. 지난 2000년의 8278만 원과 비교하면 9년 사이에 2배 이상 껑충 뛰어오른 수치다.

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신혼집 마련 비용이다. 2000년 4629만 원이던 주택마련 비용이 지난해에는 1억2714만원으로 3배가량 늘었다. 집값 혹은 전세 상승에 따라 전체 결혼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0년 55.9%에서 지난해 72.7%로 높아졌다.



특히 총 주택비용 중 5458만 원(42.9%)은 신랑 본인이, 4918만 원(39.7%)은 신랑 집안에서, 748만 원(5.9%)은 신랑측 대출융자로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나 여전히 집값 마련의 1차적 책임은 남자에게 지워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집값 부담은 젊은이들에게 결혼과 출산을 조금 더 미루게 한다. 경기침체가 심각했던 지난해 혼인은 8년 만에 가장 크게 감소한 30만9759건으로 전년보다 1만6000건(-4.6%)이 줄었다.

집값 상승에 따른 비정상적인 결혼 비용을 감수하고 결혼에 골인해도 젊은 부부들은 출산·육아 앞에서 또 한 번 머뭇거린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09년 출산통계 잠정결과'에서 한국의 지난해 합계 출산율은 1.15명으로 세계 최저기록을 또 한 번 경신했다. 집값 상승에 따른 결혼 비용의 과다지출로 결혼을 미루고, 이어지는 출산과 양육도 자연히 미루게 되는 악순환의 구조다.

여기에 소득과 고용의 불안정이 심화된 사회에서 '내 집 마련의 꿈'까지 이룬다는 것은 사실상 '자아실현'과 '행복추구'를 사치스러운 단어로 만든다. 자신의 꿈을 좇으며 윤택한 생활을 추구하기 위해서 '결혼을 안 한다'는 여자 앞에서 '결못남'들이 소심하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