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마폭 속의 3,40대 아들, 엄마는 피곤하다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2010.06.15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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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전쟁]<2-2>'결못남' 뒷바라지에 애타는 부모들

편집자주 결혼에 대한 미혼남녀의 가치관이 달라지고 있다. 결혼과 임신·출산을 당연하게 생각하던 여성들이 점차 이를 '선택'으로 받아들이면서 가족의 구성, 나아가서는 사회·경제적으로도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머니투데이는 결혼에 대한 남녀 패러다임 전환의 원인과 사회적 영향, 대책 등을 총 4회에 걸쳐 연재하고, 현실화된 '결혼전쟁'에 대비하고자 한다.

아들 가진 부모라 유세 떨고, 딸 가진 부모라 죄인 되던 시대는 옛날 얘기다. '결혼 못하는 남자'의 뒤에는 속 타는 엄마들이 있다. 어디서 참한 색시 하나 데려오지 못하는 아들을 원망하다가도 부모 조건이 안 좋아서 아들 결혼에 짐이 되는 건 아닐까 노심초사한다.

◇"콧대 높은 아가씨들, 시부모가 맘에 안 드나" = 경기도 안양에서 20년 넘게 생선을 팔아 온 최모(57)씨는 장남 김모씨(35)와 함께 산다.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 생선가게는 시장의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으며 두 아들을 대학 보내고 남부끄럽지 않은 집도 장만하게 해 준 소중한 일터다. 그러나 최씨는 요즘 일을 그만둘까 고민 중이다. 키도 크고 대기업 연구원으로 근무하는 번듯한 장남이 왜 결혼을 못할까 고민하다 "내가 비린내 나는 생선이나 만져서?"라는 생각에 닿았기 때문이다.



"요즘 젊은 아가씨들이 얼마나 예쁘고 당당해요. 시부모가 생선이나 만지는 사람이라면 곱게 자란 아가씨들이 누가 좋다고 하겠어요. 아들은 이런 말 하면 '쓸데없는 소리'라며 화부터 내지만 엄마로서 별 생각이 다 드는 건 어쩔 수 없네요. 장남이라 더 나이 들기 전에 하루 빨리 결혼을 해서 아들을 낳아야 할 텐데 걱정입니다"

◇"아들 시집살이가 '시부모 저리가라'에요" = 경기도 남양주시에 사는 최모(64)씨는 함께 사는 노총각 외아들 권모(41)씨와의 관계가 악화돼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다. 2년 전 남편이 지병으로 사망한 후 '제 2의 인생'을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잠시, 독립해 살던 권씨가 어머니를 혼자 둘 수 없다고 고집해 함께 살기 시작했다. 지방공사 직원으로 근무하는 권씨는 겉으로는 번듯하지만 최씨가 보기에는 '따라 다니며 챙겨야 하는 철없는 아들'이다.



"결혼을 해야 어른이 될 텐데 아직도 철이 없어요. 가끔 선 자리를 알아봐줘도 '결혼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며 한사코 거부해요. 그러면서 시집살이는 '시부모 저리 가라'에요. 얼마 전에는 '이렇게 사사건건 트집 잡을 거면 독립하라'고 화를 냈더니 '어머니 생각해서 들어온 건데 어떻게 그렇게 말하냐'며 오히려 큰 소리를 치더라고요. 진짜 효도는 지금이라도 결혼하는 건데 말이죠"

◇"미혼의 삶 편해도 결혼기대는 부담" = 결혼하지 않은 아들에 대한 부모들의 걱정이 깊은 이유는 남자는 빨리 결혼할 수록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고 정서적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사회적 통념 때문이다.

최근 결혼정보업체 비에나래가 '미혼남녀가 듣는 결혼에 대해 듣는 충고'를 조사한 결과, 남자는 '최대한 빨리하라'(22.6%)와 '빨리 하는 편이 낫다'(27.0%)가 절반을 넘었다. '늦지 않게 하라'는 충고도 40.7%였다. 반면 여자의 경우 '늦게 하는 편이 낫다'(29.4%)거나 '최대한 늦게 하라'(19.4%)는 응답이 48.8%를 차지했다.


미혼인 공무원 서용석(35)씨는 "'결혼은 언제 하냐'는 부모님의 말씀을 들을 때마다 '내가 불효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며 "개인적으로는 미혼의 삶이 불편하지 않지만 결혼이 필수적인 통과 의례라는 사회적 시선과 가족의 기대를 모른척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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