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지방선거]오세훈-한명숙 '박빙 승부', 노회찬 표가 갈랐다?

머니투데이 조철희 기자 2010.06.03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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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사상 유례 없이 치열했던 경합이 벌어진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가 매우 근소한 차이로 한명숙 민주당 후보를 꺾고 당선되면서 각 후보 지지자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특히 예상과 달리 선전을 펼치며 한때 당선 가능성이 점쳐졌던 한 후보 쪽 지지자들은 2만6000여표에 불과한 득표차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선거 결과에 대한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우선 강남 지역에서 오 후보에게 '몰표'를 던진 것이 승부를 가른 최대 요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아울러 노회찬 진보신당 후보가 득표율 3%를 넘기면서 한 후보가 추가 득표를 하는데 실패했다는 주장도 거세게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일부 한 후보 지지자들은 노 후보가 후보단일화를 수용하지 않고 선거에 완주한 탓에 한 후보가 근소하지만 오 후보를 누르고 시장이 될 수 있었던 기회를 놓쳤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노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얻은 표는 모두 14만3000여표로 오 후보와 한 후보의 득표차인 2만6000여표보다 10여만 표나 많다. 노 후보가 얻은 표 중 20%만 한 후보에게 돌아갔어도 한 후보가 오 후보를 누를 수 있었다는 주장인 것.

석패의 아쉬움을 참지 못한 일부 한 후보 지지자들은 인터넷 등을 통해 노 후보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고 나섰다. 진보신당 홈페이지를 비롯해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노 후보를 겨냥한 비난 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한 네티즌은 "누구를 위한 진보인가. 이번 선거는 완벽히 민심을 반영한 승리가 될 수 있었는데 정말 슬프다"고 했으며 또다른 네티즌은 "서울시장을 내줘서 속 시원한가,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실망"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반면 "한 후보의 패배는 본인 탓이지 그 책임을 노 후보가 져야 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 그럴 바에 차라리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게 맞다"며 노 후보를 옹호하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물론 노 후보 역시 이같은 우려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여야 유력 후보들 간 치열한 경합이 벌어질 때 진보정당 등 소수정당 후보들에 대한 사퇴 압박은 지난 선거에서도 여러 차례 반복됐다. 투표일에 가까워질수록 '사표' 논란이 고개를 드는 것도 다반사였다.

치열한 전개가 예상됐던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노 후보에 대한 후보단일화 압박은 적지 않았다.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 역시 마찬가지 상황에서 결국 선거 막판 후보직을 사퇴하고 유시민 국민참여당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노 후보 역시 마지막까지 그같은 압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겠지만 선거 직전 여론조사에서 한 후보가 오 후보에게 10% 안팎의 큰 차이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런 결과가 나올 줄은 쉽게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무려 442만6182표의 투표수에서 2만여표에 불과한 득표차로 승부가 갈릴 정도로 치열했던 선거였던 만큼 그 여파와 후유증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마찬가지로 노 후보나 진보신당 역시 '사표' 논란 속에서 야권의 서울시장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강요받는 상황에 처할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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