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이후, 상하이엑스포 북한관 가보니…

머니투데이 상하이=임동욱 기자 2010.05.26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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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오셨습니까. 많은 사람들이 저희를 찾고 있습니다."

천안함 사태로 험악해진 남북 관계를 감안한 듯, 25일 중국 상하이엑스포 현장의 북한관에는 미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평양에서 왔다고 자신을 소개한 북한 측 엑스포 관계자는 남측 기자들의 급작스런 방문에 언행에 극도로 조심스런 모습이었다. 노란색 한복과 흰색 반팔 셔츠를 입은 남녀 북한 관계자는 경직된 웃음으로 남측 방문객을 맞았다.



약 3개월 동안 엑스포 현장에 체류한다는 이들은 더 이상 민감한 대화를 피하려는 듯, 북한이 현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김일성 부자 우표와 화보, 평양시내 전경을 담은 엽서, 인공기 쪽으로 대화를 유도했다. "평양시내가 어떻게 생겼는지 엽서 사가시라요. 20원(한화 약 3600원) 입니다."

일부 중국 관람객들이 호기심 차원에서 간간히 엽서 등을 사는 모습이 눈에 띄었지만, 대부분은 각국 국가관에서 찍어주는 방문 스탬프를 받기 위해 북한관을 찾은 듯보였다. 그들에게 북한은 '신기한 존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상하이엑스포 한국관에서 도보로 약 100미터 거리에 자리 잡은 북한관은 한국관의 1/6 수준으로, 흰색 바탕의 외벽 한 곁에 '조선'이란 큼지막한 글자와 인공기, 한쪽에는 평화로운 푸른 하늘과 구름이 담긴 그림으로 장식돼 있었다.

▲상하이엑스포 북한관 전경▲상하이엑스포 북한관 전경


한국관 입장을 위해 최소 3~4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것과 비교할 때, 인파가 뜸한 북한관은 전혀 기다릴 필요가 없어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나무로 만들어진 문을 열고 들어서자 황금색의 '조선관 DPR KOREA'라는 글자와 지구위를 하늘로 비상하는 모습의 말 모형이 관람객을 맞았다. 이번 엑스포를 대비해 북한이 나름대로 새로 고안한 듯한 디자인이었다.


그 옆에는 약 5미터 높이의 대동강변 주체사상탑 축소모형과 평양시내를 담은 사진이 한 눈에 들어왔다. 이 탑이 무엇을 상징하는 가에 대한 별도의 설명 없이 덩그러니 놓여있는 모형물은 관련 정보가 없는 중국 관람객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전시관 홀 중앙바닥에는 굽이쳐 흐르는 모양의 파란색 대리석이 놓였다. 북한의 젖줄인 대동강을 상징하는 조형물이었다.



정면의 약 5~6미터 높이에 달린 스크린에는 김일성 동상과 이를 찾은 북한 주민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끊임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전시관 한 중앙에 놓인 흰색 분수대는 계속 물줄기를 내뿜고 있었지만, 이 역시 별다른 설명은 없었다.

천안함 이후, 상하이엑스포 북한관 가보니…
북측 관계자는 "평양 산원(출산시설) 앞의 분수대로 이는 장군님의 은혜"라고 설명했다. 바로 옆 스크린에는 산원에서 아이를 출산하고 행복해 하는 산모의 모습이 비춰졌다.

중국인 관광객들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상하이에 거주하는 자오광위앤(75) 씨는 "단조로운 느낌"이라며 "북한을 소개하는 조형, 영상물이 많은데 자세히 설명해 주는 사람이 없어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왕옌(27, 여) 씨는 "중국의 60~70년대 경제, 정치 수준인 것 같다"며 "외관은 그런대로 괜찮은데 내부 콘텐츠가 매우 단순하다"고 말했고, 마오옌화(22, 여) 씨는 "기념품 판매가 특색있다"며 "고풍스런 느낌이나 별로 볼 거리가 없다"고 말했다.

'인민을 위한 천국'(Paradise for People)이란 커다란 글자만 무표정한 모습으로 떠나는 중국 관람객들을 배웅하고 있었다.

천안함 이후, 상하이엑스포 북한관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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