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때마다 부실' 정부의 위기관리 시스템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2010.05.25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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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위기관리 못하나? 안하나?

# 5월 9일 일요일. 금융당국은 휴일임에도 비상금융합동대책반회의를 소집했다. 남유럽발 금융불안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서였다.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향후 파장이 어떨지 점검할 필요가 있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간부들이 부랴부랴 집을 나섰다. 하지만 일부 인사는 다시 발길을 돌렸다. 대책반회의가 기획재정부차관, 한국은행 부총재 등이 참석하는 '경제상황점검회의'로 대체된 탓이다.

관련 부처가 '합동'으로 나서는 모양새는 괜찮았다. 시장에 주는 무게감도 훨씬 나았다. 반대의 시각도 있었다. 불과 몇 시간만에 회의 주체가 바뀌는 등 정부 스스로 불확실한 모습은 '한계'로 인식됐다.



정부의 모습이 예전 같지 않다. 금융시장 불안 요인에 대처하는 자세가 그렇다. 위 사례는 단적인 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멋지게 극복해낸 '구원 투수'의 위용은 적잖게 사라졌다.

당장 시장 불안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게 줄었다. 남유럽발 재정위기가 본격화되고 북한 리스크가 커지며 시장이 요동치는 데도 정부는 "펀더멘탈(기초체력)엔 이상이 없다"고만 되뇌인다.



별다른 조치도 없다. "심리적 안정이 최우선"(금융당국 관계자)이라는 인식이다. 정부는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다. 위기 극복 과정에선 구체적 액션 플랜에 따라 움직였지만 현재는 불안 요소를 점검하는 게 1차적 수순이라는 얘기다.

금융위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해당 부처 기관간 정보 공유를 원활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찮다. 우선 천안함 침몰 사건과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등이 맞물리면서 경제보다 정치와 안보 이슈가 우선시되는 분위기가 문제로 꼽힌다. 그렇다보니 오히려 정부가 시장 불안을 키우는 사례가 적잖다.


25일 오전, 원/달러 환율이 1272원까지 폭등하는 상황에서도 외환당국은 "필요하면 쏠림현상을 막기 위해 대응하겠다"고 밝혔을 뿐 환율 안정을 위한 구체적인 액션을 하지 않았다. 환율이 5% 가까이 오르는 등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불안심리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는 없었던 셈이다. 결국 환율은 장 막판에 1277원까지 급등했다가 가까스로 1250원에 마감됐다.

이는 위기 때마다 제기된 시스템 문제로 연결된다. 환율 정책으로 대표되는 국제금융과 금융정책이 분리돼 일관성 있는 위기 대응 정책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금융시장 불안 요인이 생길 때 금융당국 중심으로 대응책을 마련하다가 막판에 재정부와 한국은행 등이 합류하는 모양새가 반복되는 게 현실이다.

한 전직 관료는 "정치, 안보 등을 종합하면서 경제적 시각으로 거시적으로 봐야할 상황인데 국내 금융, 국제 금융 등 개별적으로 보다보니 대처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미시적으로 접근할 사안이지, 거시적으로 다룰 사안인지 총체적으로 판단하고 시스템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데 현재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 내 안이한 인식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25일 경제 정책을 포함 나라 정책을 총괄하는 윤진식 청와대 정책실장이 국회의원 재보선 출마를 위해 사의를 표명한 게 대표적인 예다. 말로는 위기 등을 말하지만 정부 내 인식을 그래도 보여준 것이라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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