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214원으로 급등 "수출에 큰 도움 안돼"

머니투데이 김창익 기자, 강기택 기자 2010.05.24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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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환율급등에 우려 표명… 주요 통화 동반 약세, 유럽 수출 감소 요인도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게 우리 수출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24일 원/달러 환율은 1214.5원에 마감돼, 지난 주 저점에 비해 70원 이상 올랐다.

보통 원/달러 환율이 오를 경우 국제시장에서 메이드-인-코리아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생겨 수출이 늘어날 것이란 게 경제학의 상식이다. 하지만 최근 원/달러 환율의 급등은 주로 남유럽 재정적자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가 주요국 통화에 대해 동반 강세를 띠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가격 경쟁력 제고에 크게 도움이 못 된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한은 자체 분석 툴을 기준으로 원/달러 환율이 1% 오를 경우 수출이 12억4000만 달러 증가하는 게 일반적인 공식"이라면서도 "최근 원/달러 환율의 상승은 주요국 통화가 달러에 대해 공통적으로 약세를 띠는 것이어서 우리제품의 수출에 과거만큼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요 측면에서도 원/달러 환율 인상의 수출 효과는 상당 부분 상쇄될 것으로 전망됐다. 유럽 지역(EU) 국가에 대한 우리 제품의 수출 의존도는 12.8%로 미국(10.4%) 보다 크다. 남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이 지역의 수입 수요가 감소할 경우 수출 효과를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경수 금융경제연구원장은 "유로 존이 남유럽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장기적으로는 생산성 향상을 꾀하겠지만 당장은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원재료를 중국에 수출하고 중국이 완제품을 만들어 유럽에 수출하는 규모도 상당히 큰 편"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는 23.9%로 단일국가나 경제지역을 망라해 최대 규모로, 중국의 대(對) 유럽 수출이 줄어들면서 우리의 대(對) 중국 수출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달러 강세의 주 요인인 유럽 재정적자 문제는 당초 예상보다 장기화될 것이란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최호 산업은행 수석 연구원은 "미국 국채 금리가 4월 초 4% 대에서 3.2%까지 내려가는 등 위험회피 경향이 강해지고 있고, 글로벌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상당히 커진 편"이라며 "안전 자산인 달러에 대한 선호도는 증가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의 상승에 북한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가 한 몫 하고 있다는 점도 수출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지적됐다.

다만 국내 경제의 펀더멘털이 양호한 편이어서 원화 강세 기조는 여전히 유효할 것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은 1200원 초중반에서 박스권을 형성하다 하반기에 다시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정미영 삼성선물 팀장은 "달러에 대한 쏠림에 따른 글로벌 자산 포트폴리오 재편의 큰 흐름은 지난 주 일단락 된 것으로 보인다"며 "원/달러 환율이 급등세를 타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다.

윤창용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원/달러 환율이 지난 주말 역외환율 급등세를 반영해 상승했다”며 “최근 유로화 약세가 완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다 지난 주 이머징 시장의 자금 유출도 조금 둔화돼 추가 상승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지난 20일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에 육박하자 한때 긴장의 강도를 높였다. 역쏠림 현상에 대해 여차하면 행동에 나설 제스처도 취했다.



그러나 이번 주 들어 환율급등이 남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글로벌 달러화 강세에서 기인한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여겨 상황을 좀 더 주시하겠다는 뉘앙스가 더 강한 모습이었다.

지난주말 역외시장에서 원화 등 아시아 통화 뿐 아니라 유로화도 동반 하락세를 보이는 등 글로벌 달러 강세에 따른 결과로 풀이하고 있는 것.

지정학적인 리스크 역시 무시할 수 없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담화문 발표 이후 환율변동이 급격하지 않았던 점에서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환율은 이날 담화문 발표 전인 오전 9시43분 1220.0원으로 고점을 찍은 뒤 오후 들어 1210원대에서 오르내렸다.

연기금, 투신 등 기관투자가들의 매수로 코스피지수가 소폭 상승하고 특히 오후 들어 역외에서 달러 매도세가 나오면서 환율이 점차 안정을 찾아간 것 역시 정부의 태도 결정에 한몫했다.

그러나 향후 역외시장 상황에 따라 정부의 움직임이 달라질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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