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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 세종대왕의 지시로 정인지 등 집현전 학자들이 만든 한문해설서다. 특히 한글의 제작원리가 드러나 있는 책으로 유명해 국보 70호로 지정돼 있다.그런데 이 제품이 수년이 지난 지금도 사용되고 있다. 오직 삼성그룹 내에서만. MS워드나 한컴 오피스와도 잘 호환이 되지 않고 기능도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이 훈민정음을 고집하는 것은 그런 비호환성이 보안에는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논리에서다.
통신사업자들의 전유물이었던 무선인터넷망도 개방했다. 무선인터넷망을 제공해 거두는 수익에 집착하기 보다는 이를 무료로 전환해 더 많은 애플리케이션이 거래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신선한 발상의 전환이 돋보인다.
두 번째는 휴대폰 사업이 기존 하드웨어(HW) 중심에서 SW중심으로 전환됐다는 점이다. 사실 아이폰은 기계 자체로서의 매력은 그리 뛰어난 편이 아니다. 잔고장도 잦고 A/S도 번거롭다. 하지만 젊은이들은 아이폰에 들어간 애플리케이션과 각종 SW의 창의성, 톡톡 튀는 발상의 전환에 열광하고 있다. 콘텐츠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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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최근 스마트폰 사업 강화를 위해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영입하고 관련 조직을 확대개편하고 있다. 아이폰에 더 이상 밀려서는 안 된다는 절박감이 엿보인다. 하지만 냉정히 말해 삼성의 이 같은 노력은 실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삼성은 아이폰 열풍의 두 가지 배경과는 연결고리가 부족해 보인다.
삼성은 여전히 피라미드 체제의 정점에 서서 하도급업체를 컨트롤 하는데 익숙해져 있다. 애플처럼 개발자와 상생을 도모하려는 모습을 찾기 힘들다.
얼마 전 삼성의 2차 협력업체인 한 벤처회사 사장은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자신들의 영업이익률을 절대 기사화시키지 말아달라고 신신당부했다. 영업이익률이 공개되면 삼성의 원가 인하 압박이 더욱 거세지기 때문이란다.
'훈민정음'에 집착하는 것으로 볼 때 개방과 소통에 익숙해질 지도 의문스럽다. 전 세계 SW시장의 지배자로 군림해온 MS조차도 젊은 사자인 애플과 구글에 밀리는 모습이 역력하다. 조직이 비대해지면서 특유의 기동성과 빠른 의사결정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삼성이 과연 MS 보다 유연한지, 더 창의적인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