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연금 3000명 시대의 쓸데없는(?) 걱정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10.05.18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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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가입자 증가에도 자녀 눈치 보는 고령층 많은 게 현실

주택연금 3000명 시대의 쓸데없는(?) 걱정


# 부산광역시 북구 덕천동에 살고 있는 박정규(81세, 가명)씨는 최근 본인 집을 담보로 주택연금에 가입했다. 주택금융공사에서 취급하고 있는 주택연금은 60세 이상의 고령자(부부 모두 충족)가 집 한 채로 평생 매달 일정 수준의 연금을 받는 제도다.

박 씨는 주택연금 가입으로 매월 180여만 원을 받는다. 그는 현재 배우자(78세)와 단 둘이 살고 있다. 슬하에 아들만 3명이 있다. 그는 "매달 받는 연금으로 풍족하게 지낼 수 있게 됐다"며 "자식들에게 손 벌리지 않고 지낼 수 있는 점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최근 박 씨처럼 주택연금에 관심을 갖는 고령층이 늘고 있다. 2007년 7월 주택연금을 출시 한 주택금융공사가 곧 3000번째 가입자를 맞는다. 지난 4월까지 2832명이 가입했다. 출시 1년2개월 후인 2008년 9월 가입자 1000명을 넘었고, 이후 11개월 만에 2000명을 돌파했다. 올해 1월엔 67명, 2월에 117명, 3월에 134명, 4월엔 180명이 가입했다. 갈수록 가입자가 늘고 있다.

이처럼 주택연금이 인기를 끄는 건 무엇보다 집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어서란 분석이다. 집을 자식에게 물려줘야 하는 유산으로 생각했던 사람들이 이젠 본인 노후를 위한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 특히 베이비 붐 세대(1955∼1963년생)의 은퇴가 본격화되는 앞으로 이런 분위기는 더 할 것이란 전망이다.



문제는 집값 하락이다. 주택연금은 집값이 비쌀수록 많이 받는다. 가입을 고려하고 있다면 집값이 떨어지기 전에 빨리 가입하는 게 그만큼 노후를 위해 좋다. 실제 한 가입자는 집값이 크게 떨어진 후 가입, 당초 가입을 계획했던 때보다 연금이 줄었다. 이런 이유로 집값 하락기인 요즘 70세 이상 고령층이 가입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자녀들의 눈치를 보는 고령층이 많은 게 현실이다. 은행권을 비롯해 일각에선 주택연금 활성화가 앞으로 부모와 자녀 사이에 미묘한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부모의 집을 유산으로 기대한 자녀들의 볼 멘 소리가 커질수록 더욱 그렇다는 관측이다.

주택연금이 은퇴세대의 노후를 책임지는 훌륭한 재테크 수단이 될 수 있음에도, 앞으로 세대 간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씁쓸한 지적이 기우에 그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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