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울것 없는 서울교육감 선거

머니투데이 최중혁 기자 2010.05.10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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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명단 공개후 정책대결 실종…편가르기 후유증 우려

최근 '교원단체 명단공개'가 교육계 핫 이슈가 되면서 서울시교육감 선거도 정책 대결보다는 보수-진보 이념 대결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정치권과 교육계가 화합과 통합의 정책대결보다 손쉽게 갈등과 반목의 이념대결을 선택하면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교원단체 명단공개' 이후 편가르기 노골화
불과 20일 전까지만 해도 서울시교육감 선거의 주요 이슈는 무상급식과 교육비리였다. 야당이 주도했거나 야당에 유리한 이슈들이다. 그러나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이 '한 방'에 전세를 역전시켰다. 지난달 19일 교원단체 명단공개를 전격 감행하면서 교육계는 모세에 의해 홍해가 갈리듯 진보와 보수로 뚜렷이 양분됐다.



명단공개 이슈가 있기 전까지만 해도 보수-진보 이념대결 색채는 그다지 짙지 않았다. 진보 진영이 제기한 무상급식 이슈에 대해 보수 성향의 후보가 찬성을 표하는가 하면 보수 진영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교육비리 이슈에 대해 진보 진영에서 '남의 일이 아니다'라며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내 편, 네 편' 편가르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더 훌륭한 교육을 만들 것이냐가 주된 관심사였다.

그러나 명단공개 이후에는 정책보다 편가르기가 더 중요해졌다. 최대 수혜자는 조 의원이었다. 6선이 보장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확실히 '떴다'. 여당 입장에서도 나쁠 게 없었다. 야당이 갖고 있던 이슈 주도권을 빼앗아 왔다.



당사자인 조 의원은 '선거 기획용'이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이는 드물다. 여기에는 명단공개 이슈를 전체 선거판 이슈로 키운 정두언 의원(한나라당 지방선거기획위원장)의 공이 컸다.

◇교육의 정치 예속 심화…"웃는 사람은 누구?"
이념 대결을 통한 이분법적 편가르기는 정치권의 오랜 선거 필승 전략이다. 손쉽게 선거 분위기를 띄우고 세력결집을 도모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야당도 내심 반기는 전략이다.

그러나 화합과 통합보다는 갈등과 반목이 심화된다는 측면에서 선거가 끝난 뒤 나라 전체적으로 보면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 특히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감 선거에서 차분한 정책대결보다 격한 이념대결이 난무할 경우 교육계 스스로가 권위를 심각하게 위협받는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


아이들에게 민주주의의 모범을 보여주기는 커녕, 헌법이 보장하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스스로 훼손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선거 때마다 정치권이 손쉽게 표를 얻으려고 이념 대결을 부추기고 교육계가 덩달아 춤추면서 정책 대결은 아주 먼 나라 일이 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웃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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