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단체 명단공개' 이후 편가르기 노골화
불과 20일 전까지만 해도 서울시교육감 선거의 주요 이슈는 무상급식과 교육비리였다. 야당이 주도했거나 야당에 유리한 이슈들이다. 그러나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이 '한 방'에 전세를 역전시켰다. 지난달 19일 교원단체 명단공개를 전격 감행하면서 교육계는 모세에 의해 홍해가 갈리듯 진보와 보수로 뚜렷이 양분됐다.
그러나 명단공개 이후에는 정책보다 편가르기가 더 중요해졌다. 최대 수혜자는 조 의원이었다. 6선이 보장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확실히 '떴다'. 여당 입장에서도 나쁠 게 없었다. 야당이 갖고 있던 이슈 주도권을 빼앗아 왔다.
◇교육의 정치 예속 심화…"웃는 사람은 누구?"
이념 대결을 통한 이분법적 편가르기는 정치권의 오랜 선거 필승 전략이다. 손쉽게 선거 분위기를 띄우고 세력결집을 도모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야당도 내심 반기는 전략이다.
그러나 화합과 통합보다는 갈등과 반목이 심화된다는 측면에서 선거가 끝난 뒤 나라 전체적으로 보면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 특히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감 선거에서 차분한 정책대결보다 격한 이념대결이 난무할 경우 교육계 스스로가 권위를 심각하게 위협받는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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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민주주의의 모범을 보여주기는 커녕, 헌법이 보장하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스스로 훼손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선거 때마다 정치권이 손쉽게 표를 얻으려고 이념 대결을 부추기고 교육계가 덩달아 춤추면서 정책 대결은 아주 먼 나라 일이 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웃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