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구족, '먹튀' 예방법 완전정복

머니위크 이정흔 기자 2010.05.14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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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커버]공구의 힘/ 김화랑 더치트 대표의 코칭

‘경찰들도 수사를 하기 위해 이곳을 먼저 찾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사기꾼의 이름이나 사이트, 은행 별로 사기피해사례를 집계해 놓은 자료만 보더라도 규모가 방대하다. 휴대폰이나 계좌 번호로 조회할 수 있는 ‘사기꾼 블랙리스트’는 물론, 사기피해 대응법 그리고 무료로 진행되는 법률상담 서비스까지 대한민국 인터넷 사기피해와 관련된 모든 정보가 이곳으로 모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006년 개설된 온라인 사기예방 사이트 ‘더치트(TheCheat.co.kr)’. 이곳은 소비자들이 직접 모여 정보를 공유하는 형태다. 전자상거래로 이루어지는 모든 유형의 사기를 대상으로 하는데, 물론 공구족을 현혹하는 ‘먹튀’도 이곳을 피해가진 못한다. 더치트 김화랑 대표를 만나 ‘공구족 먹튀’ 예방법을 들어보았다.

Q.‘더 치트’ 라는 사이트는 어떤 곳?



A.더 치트는 소비자들이 직접 모여 만들어가는 사기 예방 사이트다. 예를 들어 사기피해를 당한 피해자가 자신이 속았던 휴대폰 번호와 계좌번호를 포함한 피해사례를 작성하면 다른 사람이 물품을 거래하기 전 휴대폰 번호, 계좌번호 조회를 통해 추가로 사기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5년 동안 소비자들이 직접 쌓아온 자료는 물론 지금 현재도 수시로 소비자들에 의해 정보가 업데이트 되고 있다.

Q.공구족이 당하기 쉬운 피해 유형은?



A. 사실 오랫동안 유지해 온 커뮤니티를 통해 이뤄지는 공구는 생각보다 먹튀 사례가 많지 않다. 동호회원들이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신뢰를 쌓아왔기 때문이다. 오히려 쇼핑몰 등에서 ‘인터넷 공구’를 내걸고 저렴한 가격으로 물건 구매자를 모집하는 사례라든지, 새롭게 개설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벌어지는 먹튀 사례가 더 많다.

공구는 거래의 형태가 분명하기 때문에 사기 피해의 유형 역시 몇 가지로 한정돼 있다. 가장 많이 일어나는 경우는 물건값을 입금했는데 물건 배달이 안 된다든지 다른 제품이 배달돼 오는 것이다.

요즘에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기업을 중간에서 연결해 주는 공동구매 업자들의 활동이 활발하다. 물론 업자들이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실제로 이와 관련한 피해도 늘고 있는 추세다. 공동구매 업자가 온라인 커뮤니티 마스터에서 공구 진행을 제의한다. 그런데 업자가 공구 진행 도중 입금만 받고 사라지는 식이다. 카페 마스터 또한 먹튀의 피해자인데, 결과적으로는 동호회 회원들로부터 ‘사기꾼’으로 몰려 누명을 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안전거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오히려 ‘에스크로제’를 역이용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사기꾼이 안전거래 사이트를 허위로 먼저 개설을 한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우리는 안전거래를 기본으로 한다. 전문 에스크로 사이트하고만 거래한다”며 소비자를 가짜 안전거래사이트로 유인하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가짜 안전거래사이트가 유명 포털의 상단에 추천 사이트로 걸려 공구족들이 한꺼번에 피해를 본 사례도 있었다. 확인해 보니 포털 사이트가 광고를 위해 일정 정도 비용을 받고 노출을 해 주는 자리였는데 소비자들은 별다른 의심 없이 사이트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



Q. 사기 피해 유형이 분명한데도, 같은 유형의 사기가 반복되는 이유는?

A. 공구족도 마찬가지고 온라인 사기는 대개 소액 피해가 많다. 그러다 보니 피해자의 입장에서도 ‘돈 몇만원 때문에 경찰서에 가서 조사를 받고 고생하느니, 배운 셈 치자’고 넘겨 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 공구는 대부분 개인과 개인간에 이루어진 거래이기 때문에 소비자보호원에도 신고가 어렵다. 소보원은 사업자등록이 돼 있는 업체와의 거래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개인간의 거래는 소관이 아니다. 경찰에 신고를 하더라도 소액이기 때문에 중요 사건에 밀려 제대로 된 수사를 받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개인으로는 몇천원, 몇만원에 불과할지라도 피해사례가 모이면 액수는 엄청나다. 더구나 인터넷 피해는 장소 제한 없이 전국에 걸쳐 이루어진다. 실제로 더치트를 통해 여러 지역의 피해 사례가 모이면서 제대로 수사를 시작하게 된 적도 적지 않다. 요즘에는 경찰에서도 신고 지역에서 건건이 수사를 진행하는 대신, 피의자의 거주 지역으로 사건을 모아 수사하는 걸로 안다.

Q. 이러한 사기를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은?

A.‘10원이라도 더 싸면’ 현혹될 수밖에 없는 게 소비자의 입장이다. 게다가 공구는 대부분 현금 거래를 기본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유독 현금거래에 대한 보상이 크다든지, 혹은 현금만 지원이 되는 쇼핑몰이라면 일단 한번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은 피해를 당하고 나서야 정보를 열심히 검색하곤 한다. 하지만 예방에 가장 좋은 건 물건을 거래하기 전에 미리 알아보는 것이다. 더치트에서는 휴대폰 번호와 계좌번호를 통해 사기 정보 조회가 가능하도록 돼있다. 이름 조회는 언제든 가짜를 내세울 수도 있고 동명이인도 많기 때문에 참고사항 정도로만 이용하라고 조언한다.



더치트 사이트가 아니더라도 포털이나 해당 커뮤니티, 혹은 쇼핑몰에서 예전에 거래했던 후기를 참고한다든지 사업자에 대한 정보를 한번쯤은 검색해 볼 것을 권한다. 가장 안전한 방법은 사업자번호 조회다. 사이트에 사업자번호가 쓰여 있다고 하더라도 사기라면 허위일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공인인증서가 있어야 하고 절차가 번거로운데다, 미성년자는 이용하지 못하는 방법이라 안타깝다.

Q. 만약 피해를 당했다면?

A. 가장 중요한 건 아무리 소액이라도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꼭 신고를 하라고 권하고 싶다. 신고는 가까운 경찰서에서 할 수 있다. 온라인으로도 신고가 가능하지만 어차피 조서를 쓰려면 한번은 경찰서를 방문해야 하니, 이왕이면 처음부터 방문해서 신고하길 권한다. 사이버테러대응센터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한가지 주의할 것은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이런 사기피해를 당했다고 알려주는 곳이지 정식으로 사건 신고가 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이, 꼭 해당 은행에 지급정지 신청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 공구는 무통장 입금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해당 액수만큼 반환 신청을 할 수 있다. 물론 대부분의 먹튀 사기꾼들은 입금이 되자마자 돈을 다른 곳으로 옮겨 놓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피해 액수를 반환 받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조치가 의미 있는 건, 일단 신고가 들어간 계좌번호는 신고 이후에 피해액과 같은 액수가 통장에 입금되더라도 그 돈을 인출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는 점이다. 내가 조금만 번거로움을 감수하면 나와 같은 다른 피해자를 예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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