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위기후 대처방안: 천안함의 교훈

머니투데이 문형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2010.05.0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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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위기후 대처방안: 천안함의 교훈


#장면1. 1982년 시카고에서 7명의 사람이 유명 진통제 '타이레놀 캡슐'을 복용한 후 사망한 사고가 발생한다. 타이레놀 캡슐에서 청산가리가 검출되었다는 소식을 접한 당시 최고경영자 제임스 버크는 즉시 이사회를 소집하여 그 제품 광고를 즉시 중단하고 또한 모든 타이레놀 캡슐 제품을 리콜하기로 결정한다. 사건 발생 1년 후 존슨앤드존슨의 위기관리 방안이 대단히 모범적이며 사회적으로 책임지는 행동이라는 칭찬을 받으면서 타이레놀 매출은 사태 발생 이전 수준을 회복한다.

#장면2. 3월26일 백령도 인근 해안에서 초계함 '천안함'이 침몰한다. 침몰의 원인에 대해 우왕좌왕하다 아직도 많은 논란이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은 순직한 장병에 대한 슬픔에 빠져 있고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대책이 논의되고 있다.



무고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사고라는 점을 제외하면 다른 공통점이 없는 이 두 사건에서 위기가 발생한 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위기상황이 발생한 후 대처할 때 초점을 맞추어야 할 부분은 신뢰 회복과 유지, 투명성 확보, 그리고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갈 복원력 확보라 할 수 있다.



첫째, 어떻게 신뢰를 확보할 수 있을까. 의혹에 가득찬 사회의 인식과 언론 보도의 증폭, 위험의 이유나 결과에 대한 왜곡 속에서 신뢰 회복과 유지는 어떻게 가능할까. 사태에 관한 자그마한 정보도 전체의 모습을 보는데 방해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모든 발표는 한 곳에 집중돼야 한다. 즉 정보의 전체를 볼 수 있는 사람이 담당해야 한다. 존슨앤드존슨 사고의 경우 최고경영자가 직접 수시로 브리핑을 했다. 무수히 많은 정보를 있는 그대로 그때그때 무조건 알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분석하고 오해의 소지는 없는지 전체 상황을 고려하며 신중히 알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둘째, 투명성은 있는 그대로 실시간 중계방송하듯이 모든 사실을 알리는 것이 아니다. 투명성은 지속적인 의사소통이다. 이해관계자들이 알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지속적으로 의사소통하면서 파악하고 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뇌물스캔들, 제품 안전사고, 자연재해 등 기업이 처한 사건에 대해 어떤 대응방안을 선택하는 것이 좋은지 시장의 반응(주가변동)을 중심으로 따져보는 연구는 이런 측면에서 좋은 시사점을 준다. 시장의 반응(혹은 사회의 욕구와 반응)을 고려하면서 그때그때 꼭 원하는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존슨앤드존슨 사건의 경우 회사의 최고경영자가 종업원, 전문가 등을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와 지속적으로 의사소통하면서 사실을 솔직하게 진심을 담아서 알렸다.

셋째, 위기상황 후 대처방안은 단순히 사고로 인한 피해를 막는 데 급급해서는 안된다. 원래 상태, 혹은 더 나은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할 것인지 미리 계획하고 체계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복원력은 위기가 해결되면 어떤 행동을 취할지 고려해야 한다. 존슨앤드존슨의 경우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3중방지장치를 한 캡슐을 출시하면서 동시에 캡슐과 태블릿의 장점을 취한 캐플릿이라는 새로운 용기를 개발하고 1년 만에 사고가 일어나기 전 매출 수준을 회복했다.


현대사회는 그리고 모든 조직은 예측하기 어렵고, 복합적이고 서로 뒤얽혀 있으며, 국경이 없는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국제적으로 확산된 금융위기, 신종플루의 대유행, 세계 도처에서 발생하는 테러리즘, 아이슬랜드의 화산폭발로 인한 경제적·사회적 손실 등이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이러한 위험은 언제라도 대상을 가리지 않고 일어날 수 있다. 위기관리는 사전에 위험을 체계적으로 평가하고 방지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위기 속에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번 사고로 순직한 천안함 46용사와 금양호 선원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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