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아파트라는 '떡밥'을 문 사람들

머니투데이 송충현 기자 2010.04.29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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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아파트라는 '떡밥'을 문 사람들


"지금이라도 얼른 아파트 처분하세요. 곧 대폭락이 올 겁니다. 이번 기회 놓치면 깡통차는 일만 남았습니다."((ID) 대폭락)

"대폭락님은 집없는 분 같네요. 여러분들도 대폭락님 얘기대로 했다간 평생 셋방살이 면하기 어려울꺼에요. 남들이 거들떠보지 않을 때 과감하게 투자하는 사람만 돈 벌 수 있습니다."((ID) 유주택자)

"유주택자님 말씀이 지나치시네요. 그래서 아파트 사고 땅 사고 모두가 부동산 투기로 돈 벌라는 겁니까. 평생 셋방살이해도 투기꾼으로 사는 것 보단 나아요."((ID) 투기시러)



"대폭락, 투기시러 같은 분들이 있어서 우리 같은 사람들 돈 벌 수 있는 거죠. 헐값에 많이들 파세요. 저는 돈 생기는대로 사들일테니."((ID) 부동산좋아)

한 인터넷 커뮤니티 토론방. 부동산 가격을 둘러싼 논쟁이 한창이다. "부동산으로 돈 버는 시대는 지났다"는 의견과 "그래도 부동산만한 재테크 수단이 없다"는 의견이 팽팽히 엇갈린다. 부동산 관련 토론 게시판은 언제나 뜨겁다. 수많은 네티즌들이 엇갈린 주장들을 쏟아내고 또 쏟아낸다.



아파트 등 부동산에 대한 생각은 종교, 정치와 같은 가치관이나 신념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도 이처럼 치열한 토론이 무한 반복되는 것은 왜 일까. 우리 사회에서 집은 입고, 먹고, 자는 '의식주'에서 '주'의 의미가 아니라 돈이고, 투자수단이어서다.

부동산이 심리에 따라 움직이는 성향이 워낙 강한 시장이라는 점도 "집값이 오를 것이다" 또는 "집값이 내릴 것이다"라는 상반된 의견이 적정한 선에서 조화를 이룰 수 없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19세기 영국의 철학자인 존 스튜어트 밀은 저서 '자유론'에서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범위에서 이뤄지는 의사 표현은 존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로 자유롭게 의사를 개진해 논쟁과 공론화가 일어나야 보다 진리에 근접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집값에 대한 상반된 의사는 절대로 존중받을 수 없다. 그 의사를 존중하는 순간 집값이 따라 오르거나 내린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아서다. 결국 우리는 집값에 대한 진리에 영영 근접할 수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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