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깜짝' 환율개입에 딜러들 '손실 패닉'

머니투데이 송정훈 기자 2010.04.27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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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격 구두개입 후 약10원 급반등…'매도베팅' 딜러들 대폭손실

외환당국이 전격적인 구두개입에 나서면서 외환 딜러들도 쇼크에 빠졌다.

27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6.0원 오른 1110.1원에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오후 늦게 정부의 구두개입이 나온 직후 1100원 중반에서 1114.50원까지 상승했다. 불과 몇 분 만에 10원 가까이 올랐다. 정부의 구두 개입은 지난해 10월 1일 이후 6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대부분의 외환딜러들은 외환 당국의 구두개입이 의외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구두 개입을 전혀 예상하지 못해 당황스럽다는 분위기다. 그 동안 당국의 시장 개입이 환율 하락 속도를 조절하는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 차원에 그쳤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외환당국이 최근 G20(주요 20개국) 의장국으로 선진국의 중국 등 아시아 통화의 절상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에 노골적으로 개입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왔다.

이 때문에 당국의 구두 개입이 고환율 정책을 지지하는 최중경 청와대 경제수석 등 외부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외국계 은행 한 외환딜러는 "이날 정부의 구도 개입은 최근 시장 개입 패턴과 비교 할 때 완전히 바뀐 것"이라며 "정부의 구두 개입 배경에 기획재정부가 아닌 바깥쪽에서 오더(주문)가 있었던 것 아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다음 주 삼성생명 기업공개(IPO) 등으로 환율이 하락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분위기가 우세한 상황이어서 딜러들의 충격은 더욱 컸다. 달러 매도에 베팅한 딜러들이 대규모 손실을 봤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의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년 동기대비 7.8%를 기록하면서 환율 하락폭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 것도 딜러들의 손실 폭을 키웠다.


국내 대형은행 한 딜러는 "장 막판 정부의 갑작스런 구두 개입에 딜러들이 한 동안 공황 상태에 빠졌다"며 "상당부분의 딜러들이 숏 포지션(달러 매도)에서 환율이 갑자기 상승하면서 손실을 봤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이번에 노골적으로 '1100원선 방어'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고 있다. 환율이 수출기업의 마지노선인 1100원을 위협받자 시장에 앞으로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하겠다는 시그널을 줬다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 김민정 연구위원은 "외국인 주식 순매수와 삼성생명 대규모 상장 등 환율 하락 요인을 감안할 때 원화 가치의 추가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며 "정부가 환율의 급 변동 우려가 제기되면서 미리 환율 급락을 방지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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