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판매 급증했는데 할부금융 급감, 왜?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2010.04.25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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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세제지원으로 지난해 신차 판매가 급증했지만 자동차 할부금융 대출실적은 되레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지난해 상반기 중소형 할부금융사들의 신규영업이 사실상 중단됐던 여파다. 이에 따라 할부금융 업계 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할부금융 취급액 감소, 왜?=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할부금융 취급액(오토론 포함)은 모두 13조661억원으로, 전년(13조8541억원) 대비 5.7% 감소했다.



오토론을 제외한 자동차 할부금융 감소폭은 이보다 훨씬 크다. 전년 대비 무려 40.6% 감소한 것으로 집계된 것.

업계에선 이 같은 취급액 감소가 의외라는 반응이다. 지난해 정부의 세제지원에 힘입어 신차구매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판매된 신차는 전년에 비해 약 20만대 늘어난 139만4000대를 기록했다.



할부금융업계와 달리 신용카드업계는 이 같은 신차 판매 급증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지난해 신용카드로 결제한 자동차 구매금액은 모두 11조9553억원으로 전년보다 70.4%나 증가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국내 카드 승인실적도 전년 대비 10.58% 급증한 332조7270억원을 기록했다. 카드업계에선 금융위기 여파에도 불구 정부의 자동차 세제지원 혜택이 카드결제액을 늘리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용카드 회사조차 신차 판매 급증 특수를 톡톡히 상황에서 자동차 산업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할부금융사들의 취급액이 감소한 것은 의외"라고 말했다.

할부금융 업계는 이에 대해 지난해 하반기 정부의 세제지원으로 매출이 크게 는 것은 사실이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상반기 받은 타격이 워낙 컸던 탓에 이를 상쇄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KIS채권정보에 따르면 할부금융업계가 지난해 상반기 발행한 채권규모는 모두 4조8650억원.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42.9% 감소한 액수다. 즉 금융위기 여파로 할부금융 업계가 극심한 돈가뭄에 시달린 결과 영업규모가 급감했다는 분석이다.

금융감독 당국도 같은 분석을 내놨다. 금감원 관계자는 "리먼 브러더스 파산으로 인한 촉발된 금융위기로 2008년 말부터 2009년 1분기까지 상당수 할부금융사들이 자금조달을 제대로 하지 못해 영업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 여파가 워낙 컸던 탓에 하반기 자동차 구매 세제지원 특수로도 상쇄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익부 빈익빈 가속화=실제로 중소형 할부금융사들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받은 타격은 상당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기아차그룹을 모기업으로 둔 현대캐피탈이나 금융지주 계열 할부금융사들은 위기 속에서도 모기업의 대외신인도에 힘입어 자금조달을 지속하며 영업을 이어갔지만, 든든한 모기업을 두지 못한 중소형 할부금융사들은 지난해 상반기 당시 자금조달이 거의 이뤄지지 않아 영업이 사실상 중단됐기 때문이다.

자동차 할부금융 업계 2위 업체(자산기준)인 아주캐피탈조차 지난해 신규취급액(9614억원)이 전년보다 51.8% 급감했을 정도. 이 여파로 이 회사의 당기순이익도(124억7000만원) 전년 대비 53.1% 줄었다. 현대캐피탈의 신규 취급액이 전년 대비 7.1% 늘어난 7조8520억원을 기록한 것과 대비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위기를 겪으면서 자동차 제조업체나 금융지주를 모기업으로 둔 할부금융사들과 일반 할부금융사 사이에 격차가 심화됐다"며 "경기가 회복세로 접어든 만큼 이 같은 격차를 줄이기 위한 마케팅 경쟁이 활발해 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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