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에 수출株 휘청? "그런 시대 지났다"

머니투데이 박성희 기자 2010.04.13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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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율, 수출주 좌우하던 시대 지나
-"현대·기아차, 가동률 1%p 오르면 영업이익률 0.25%p 상승"

원화값 강세로 수출주가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면 수출기업의 실적에 부담이 되고 주가 상승을 주도하던 외국인들도 이들 종목에 대해 매도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증시 전문가들은 그러나 환율이 수출주를 쥐고 흔들던 때는 지났다고 평가하고 있다. IT 및 자동차 등 국내 수출기업의 기초체력이 워낙 탄탄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1분기 실적이 워낙 양호해 수출주가 환율 변수에만 좌우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높다.



이경민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단기적인 환율 변동성에 대비할 필요는 있지만 최근 세계경기 회복에 따른 수혜와 제품별 글로벌 경쟁력을 감안해 종목을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도체는 환율 영향보다는 제품 수급에 의한 가격 결정력이 높고, 디스플레이는 시장수급에 따른 수요증가가 가격경쟁력 약화를 충분히 상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자동차는 신차 효과가 환율 부담과 원가 상승분을 상당히 보완하고 있는 데다 북미시장에서 점유율이 늘고 있어 이익 성장세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예상됐다.



이 애널리스트는 "중장기적으로 원화 강세는 한국 경제의 체질 개선과 경기의 긍정적인 방향성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과거 한국 수출경기가 개선되고 기업 이익이 급증했던 시기는 대부분 원화 강세기였다"고 설명했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도 "원/달러 환율이 연저점을 기록한 지난 12일 IT, 자동차 등 주도주 낙폭이 컸지만 실적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현재 환율이라는 단일 변수에만 집중하는 투자전략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한 애널리스트는 "인텔이나 현대차 실적을 통해 IT 및 자동차주의 추가 반등 시도가 전개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13일 현대차 (250,500원 ▲4,500 +1.83%)기아차 (105,600원 ▲2,100 +2.03%)는 나란히 반등하며 환율 하락에 따른 실적 우려를 깨끗이 털어냈다. 현대차 주가는 전일대비 1.69%, 기아차는 3.99% 상승했다.

박화진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기아차는 지난 달 글로벌 시장에서 사상 최대 판매를 기록했다"며 "2분기 이후에도 신차 효과와 소비심리 회복, 미국과 신흥시장에서의 자동차 수요 증가, 낮은 재고 수준에 힘입어 판매가 늘 것"이라고 밝혔다.



박 애널리스트는 "이미 출시된 신차의 품질과 성능, 디자인으로 신차 모멘텀이 부각될 것"이라며 원가율 개선과 마케팅비용 감소 등도 수익성 개선에 기여해 환율 하락 우려를 상쇄할 것으로 봤다.

이석제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가동률이 1%포인트 높아지면 영업이익률은 0.25%포인트 정도 올라가고 원화 절상에 따른 손익 감소를 60~70%까지 상쇄시켜준다"고 분석했다.

그는 "현대 기아차의 매력은 그 동안 약세를 지속했던 원/달러 환율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성장성"이라고 강조했다.



외국계 금융사들도 기업의 실적 개선에 힘입어 올해 국내 증시의 상승을 점치고 있다.

강정구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 이사는 "이달 발표될 1분기 실적에 대한 시장 전망이 양호하다"며 "1분기 실적이 시장 방향성을 결정짓는 역할을 하면서 올해 전망도 역시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강 이사는 "비록 국내주식형펀드에서 환매가 지속되고 있지만 글로벌 거시경제 지표가 개선되고 기업 실적 전망이 밝아 외국인은 긍정적인 시장관을 유지할 것"이라며 순매수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봤다.



UBS증권도 "지난 해 한국 기업들의 주당 순이익(EPS)이 62% 증가한 데 이어 올해도 43% 늘 것"이라며 "앞으로 2년간 매출은 19~20% 늘고, 올해 영업마진은 9~10%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기업들의 상당한 실적 개선세 △ 3% 밑도는 낮은 인플레이션 △ 저금리 기조 △매력적인 밸류에이션을 이유로 올해 코스피지수는 상승할 것이라고 봤다. 특히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저렴한 시장으로, 현재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이 과거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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