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상장에 외환시장이 떠는 이유

여한구·배성민·반준환 기자 2010.04.08 08:30
글자크기
외환당국이 삼성생명 기업공개(IPO)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주식공모에 참여할 외국인 투자자들이 들고 올 뭉칫돈이 외환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미칠 수 있어서다.

삼성생명 상장으로 유입될 자금은 14억 달러 이상으로 추정되며, 이는 서울 외환시장 일평균 거래액의 1/4 규모다.



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외환당국은 최근 삼성생명에 상장과 관련한 시장충격을 조율하는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리면 원/달러 환율 등 국내 외환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게 외환당국의 우려다.



삼성생명은 5월 기업공개에서 공모(유상증자·구주매출)할 4443만7420주 가운데 40%를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배정할 방침이다. 공모가가 주당 1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17조7777억원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몫이다.

이를 달러로 환산하면 14억2200만달러 가량. 이 정도 자금이 일시에 들어오면 외환시장에 적잖은 충격이 불가피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서울 외환시장의 1일 평균 거래액이 60억~80억 달러라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생명 기업공개는 무시하지 못할 문제"라며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았던 대한생명 상장도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쳤었다"고 전했다.


지난달 초 대한생명 공모(9,10일)전후 환율을 보면 삼성생명의 충격파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원/달러 환율(종가기준)은 3월2일 1152.60원에서 10일 1130.80원으로 낮아졌다. 당시 외국인투자자들에게는 6700억원 가량의 주식이 배정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한생명의 경우 외국인 배정물량이 많지 않았고 스왑거래, 원화계정 활용 등으로 실제 달러유입액은 적었다"면서도 "실제 환율변동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았으나 심리적인 변수는 됐다"고 말했다.



반면 삼성생명은 외환시장에 실제 충격을 미칠 수 있다. 이는 수출비중이 높은 국내경제에도 적잖은 부담이다. 특히 최근 원화가 강세를 보이는 추세라 더욱 그렇다.

이 때문에 일부 수출기업들은 달러로 받을 대금결제를 앞당겨 원화로 바꾸는 경우도 있다는 전언이다.

금융감독당국도 삼성생명 문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삼성생명과 관련해 원/달러 환율 등 외환시장 변동 가능성을 모니터링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삼성생명은 외환당국의 환율 부담 완화 방안 마련 요청에 아직까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생명측은 "외환시장과 관련된 문제는 개별기업 차원에서 살피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밝혔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