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결식이 시작되기 한 참 전. 식장 맨 앞자리에서 아버지, 남편의 영정을 마주한 가족들의 모습은 마치 밀랍처럼 하얗게 고요했다.
아들 한상기 중위는 고인이 된 아버지 한주호 준위의 영정 사진을 한 참 동안 뚫어지게 바라보다 이윽고 고개를 숙여버렸다. 입술을 꼭 다물고, 두 손을 꼭 잡고, 몸을 움추린채 한동안 꿈적도 하지 않았다. 장례기간 내내 의연하게 어머니와 동생을 다독거리던 육군 장교는 따스했던 아버지를 마지막 보내는 자리에서도 홀로 의연하게 슬픔을 삭혔다.
"우리 딸 싸랑해"라고 문자를 보낼 만큼 고 한 준위의 사랑을 받았던 딸 슬기양도 무표정의 표정으로 아버지의 사진만을 말없이 바라 볼 뿐이었다. 장례기간 내내 어머니 김말순 여사의 곁을 지키며 슬픔을 겉으로는 소리 내지 않았었다.
"사랑한다는 표현을 하지 못 했지만 진정 당신을 사랑했다"고 흐느끼며 사랑을 고백해입관식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던 김말순 여사는 마지막 보내는 남편의 영정사진 조차 차마 바라볼 수 없어 아예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스승이자 동료를 보내는 고 한 준위의 제자이자 동료인 김창길 준위가 "조카들과 형수님을 남겨 놓고…"라며 추도사를 읽어 내려가자, 김여사도 무너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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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한주호 준위가 지상에 남긴 사랑하는 가족들.
사랑하는 가장을 조국에 바치고 영원히 떠나보내는 날, 그들은 이렇게 온 몸으로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