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으로 삭히는 슬픔, 온몸으로 흘리는 눈물

성남(경기)=김춘성 기자 2010.04.03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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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을 떠나보내는 가족들의 슬픔은 아버지가 숨진 바다 속처럼 깊게 가라앉았다.

영결식이 시작되기 한 참 전. 식장 맨 앞자리에서 아버지, 남편의 영정을 마주한 가족들의 모습은 마치 밀랍처럼 하얗게 고요했다.

아들 한상기 중위는 고인이 된 아버지 한주호 준위의 영정 사진을 한 참 동안 뚫어지게 바라보다 이윽고 고개를 숙여버렸다. 입술을 꼭 다물고, 두 손을 꼭 잡고, 몸을 움추린채 한동안 꿈적도 하지 않았다. 장례기간 내내 의연하게 어머니와 동생을 다독거리던 육군 장교는 따스했던 아버지를 마지막 보내는 자리에서도 홀로 의연하게 슬픔을 삭혔다.



하지만 그도 "UDT의 전설이 되어 하늘로 영면…"하는 조사가 흐르자 온 몸을 떨었다.

"우리 딸 싸랑해"라고 문자를 보낼 만큼 고 한 준위의 사랑을 받았던 딸 슬기양도 무표정의 표정으로 아버지의 사진만을 말없이 바라 볼 뿐이었다. 장례기간 내내 어머니 김말순 여사의 곁을 지키며 슬픔을 겉으로는 소리 내지 않았었다.



영결식. 이승에서의 아버지와 마지막 의식이 시작되자 슬기양의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소리 없이 흐르기 시작했다.

"사랑한다는 표현을 하지 못 했지만 진정 당신을 사랑했다"고 흐느끼며 사랑을 고백해입관식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던 김말순 여사는 마지막 보내는 남편의 영정사진 조차 차마 바라볼 수 없어 아예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스승이자 동료를 보내는 고 한 준위의 제자이자 동료인 김창길 준위가 "조카들과 형수님을 남겨 놓고…"라며 추도사를 읽어 내려가자, 김여사도 무너져 내렸다.


고 한주호 준위가 지상에 남긴 사랑하는 가족들.
사랑하는 가장을 조국에 바치고 영원히 떠나보내는 날, 그들은 이렇게 온 몸으로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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