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과 의문에 지쳐가는 천안함 실종자 가족들

평택(경기)=김훈남 기자 2010.03.3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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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해군2함대 사령부에 머물고 있는 '천안함' 실종자 가족들의 첫 공식 기자회견이 열린 31일 오전 9시40분쯤. 이날 기자회견을 지켜보기 위해 사령부 내 예비군 교육관에 모인 가족 200여명의 모습에는 6일째 기다림에 지친 모습이 역력했다.

교육관 앞쪽에 앉은 실종자 가족 대표 가운데 일부는 자신들의 억울함을 토로하는 시간이 다가오자 눈물을 글썽이기 시작했고 기력을 모두 소진해 초점을 잃은 듯한 눈으로 먼 곳을 바라보는 사람, 고개를 떨군 채 어깨를 늘어트린 사람도 있었다.



취재진의 스트로보 세례가 이어질 때 마다 "찍지마라", "우리가 구경거리냐"며 거칠게 항의하던 전날까지의 모습도 온데간데 없었다. 또 한손으로 어머니의 손을 잡고 다른 한손으로 어깨를 감싸며 위로하는 딸, 아직 희망의 끈을 놓칠 수 없다는 듯 실종자의 이름이 적힌 명찰을 붙들고 기도를 올리는 가족도 있었다.

이후 조용히 진행되던 기자회견이 중반으로 치달아 가족들의 억울함과 요구사항이 발표될 무렵, 교육관 한쪽에서 오열하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차분히 회견문을 읽어 내려가던 실종자 협의회 대변인 이정국(실종자 최정환 중사 매형)씨 역시 눈물을 흘리고 중간 중간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특히 질의응답 시간 도중 감정이 복받친 실종자 김동진 하사의 어머니 홍수향씨는 발언권을 요구, 격양된 반응을 쏟아냈다. "내가 김동진 하사의 어머니다"며 운을 뗀 홍씨는 "왜 천안함이 거기(사고지점)까지 갔냐. 내가 대신이라도 죽을 테니 아들을 살려달라"며 오열했다.

또 최원일 천안함 함장에 대해서는 비속어를 사용하며 "어디로 가서 얼굴조차 보이지 않느냐"며 원망했고 군에 대해서는 "어선이 함미를 찾을 동안 군함은 고기잡았냐"며 강력히 항의했다.

홍씨의 주변에 앉은 다른 대표들은 혼절 직전까지 오열하는 그를 말리며 진정시켰다. 한 실종자의 부인은 "여기 있는 가족 모두 지금까지 밥 한끼 제대로 못 먹고 잠 한숨 제대로 못 잤을 것"이라며 극도로 지쳐있는 실종자 가족들의 상태를 설명했다.


한편 이날 실종자 대표 협의회는 "천안함 침몰과 관련해 계속되는 의문을 풀기 바란다"며 군 당국에 공개 질의응답 시간을 마련해 줄 것과 사고 직후부터 현재까지의 상황처리 자료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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