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주권론' 최중경 복귀에 정치권도 우려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0.03.31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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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월여 만에 별도 자리로 살아난 청와대 경제수석에 최중경 주 필리핀 대사가 낙점되면서 정치권에서 기대와 우려가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고환율 기조로 논란을 빚은 최 내정자의 '전력' 때문이다.

최 내정자는 지난 2003년 4월부터 2005년 5월까지 2년 남짓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으로 일하면서 환율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공격적인 경고발언과 강력한 물량개입을 퍼부어 '최틀러' '환율주권론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당시 정부의 환율 마지노선으로 유지된 1140원은 '최중경 라인'으로 불리기도 했다.



당시 최 내정자는 과도한 환율 방어로 국고에 손실을 끼쳤다는 논란이 제기되면서 세계은행 상임이사로 떠났고 2008년 기획재정부 1차관으로 복귀한 뒤에도 고환율 정책으로 논란을 빚은 끝에 4개월여만에 하차했다.

이성남 민주당 3정조위원장은 31일 최 내정자의 복귀에 대해 "예단은 자제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최 내정자가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과 함께 환율주권론자로 비친 데 대해 시장의 우려가 여전한데 그런 기조를 계속 가져가려고 하면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수부양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중점을 두고 있고 이는 환율시장에서도 뒷받침돼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런 점에서 정부 경제정책의 '투 톱'인 최 내정자와 윤 장관 사이에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고 우려했다.

노영민 민주당 대변인도 "최 내정자는 환율정책 실패의 책임이 있는 인사"라며 "이번 인사로 '강만수-최중경' 듀오가 대통령 경제특보와 경제수석으로 재결합한 셈인데 이들이 좌지우지할 정부 경제정책을 우려의 시각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여권은 애써 이번 인사에 큰 의미를 두지 않으려 하면서도 이 같은 우려를 마냥 외면하긴 어렵다는 반응이다. 한나라당 정책위 핵심 관계자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우려는 알고 있지만 잘 하지 않겠냐"며 "노코멘트하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소속 국회 기획재정위 한 의원도 "환율 문제는 민간한 부분이라 언급하기 어렵다"며 "최 내정자와 윤 장관의 입장도 다르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잘 협조해 나가지 않겠냐"고 밝혔다.

한편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9원 오른 1132.0원에 출발한 뒤 오전 한 때 1135.0원까지 상승폭을 키우며 나흘 만에 반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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