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라운드 접어든 '봉은사' 속 타는 與

머니투데이 김선주 기자 2010.03.23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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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은사 직영사찰 전환을 둘러싼 외압 파문이 2라운드에 돌입했다. 봉은사 외압설 파문의 단초를 제공한 김영국씨가 입을 열었다. 예상대로 명진스님의 지난 21일 폭로를 뒷받침하는 내용이었다.

조계종 총무원장 종책특보를 지낸 김씨는 총무원과 정치권의 가교 역할을 해 온 인물. 명진스님은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과의 지난해 11월 회동에 배석했던 김씨에게서 건네 들은 안 원내대표의 발언을 토대로 외압설을 제기했다.



김씨는 23일 서울 장충동 참여불교재가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명진스님의 발언은 모두 사실"이라며 안 원내대표의 외압 의혹을 기정사실화했다. "명진스님을 잘 모른다" "김씨는 당시 현장에 없었다"는 안 원내대표의 주장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내가 주선한 자리라 처음부터 끝까지 배석했다"며 "집권당 원내대표가 명진스님을 향해 '좌파' '운동권'이라고 해 옳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야권은 서둘러 이번 파문을 정권 차원의 종교 탄압으로 규정했다. 발언의 진의 여부는 관심 밖이었다. '안상수 사퇴론'에서 '안상수 정계퇴진론'으로 공세 수위를 높였다.

불교계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용화사 주지 지관스님은 "화계사 주지 수경스님도 정리한다는 소문이 있었다"고 전했다. 수경스님은 정부가 추진 중인 4대강살리기사업을 비판해 온 인물.

불교단체 청정승가를위한중대결사도 성명을 내고 안 원내대표를 맹비난했다. 조계종 총무원이 "외압설은 근거 없다"고 부인했지만 역부족이었다.


6·2지방선거를 앞두고 터진 대형 악재에 가장 괴로운 것은 여당이다. 1표가 아쉬운데 최근 열흘 동안 '천주교 4대강 반대성명(12일)- 청와대, MBC 인사개입 보도(17일)- 대법원, 與사법개혁안 반발(18일)-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사퇴(19일)' 등 악재만 잇따랐다.

한나라당 지방선거기획위원장 정두언 의원이 "정부가 도와주지 않아도 되니 선거 방해만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토로할 정도로 총체적인 난국이다. 사법부와의 불화에 언론·종교탄압 의혹이 겹치면서 야권의 '이명박정부 심판론'에 힘만 실어준 형국이다.



전날까지 "조계종 이권다툼에 휘말렸다"는 요지로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던 안 원내대표는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극도로 말을 아꼈다. 오후 늦게야 보도자료를 내고 "어떤 외압도 가하지 않았다"고 항변했지만 이미 야권의 융단폭격이 휩쓸고 간 뒤였다.

전날부터 공식대응을 자제하던 한나라당도 오전 내내 잠잠하다 비슷한 시점에 반박 논평을 냈다. 섣불리 대응했다가 상황이 악화될까 우려해 침묵을 지켰지만 야권의 십자포화를 방관할 수만은 없었기 때문. 조해진 대변인은 "민주당이 확인되지 않은 일을 사실로 가정하는 등 평상심을 잃었다"며 "왜곡과 선동을 중단하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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