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위안화 절상은 이제 '당연', "문제는 속도"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2010.03.19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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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조만간 위안화 절상에 나설 것이라는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이달 초 인민은행의 '특별 환율 시스템'의 정상화 발언에 이어 기업들에 대한 위안화 절상 스트레스트 테스트 실시 등은 정책 변환을 위한 당국의 탭핑이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경기 과열 진정과 위안화의 기축통화 격상이라는 내부 목표는 물론 무역불균형 해소를 외치는 외부 압력도 금융위기 초기인 2008년 7월 중단됐던 중국의 위안화 환율시스템 개혁이 조만간 다시 시작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베이징에 소재한 경제전문 온라인미디어 카이신(財新網)은 중국 정부 산하 연구기관 등이 연초부터 환율변화 논의를 해왔으며 이에대한 정책적 의견들을 당국에 제출했다고 전했다.



이제 위안화 절상 문제는 '언제, 어떻게, 얼마만큼' 단행할 것이냐는 판단만 남았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 위안화 절상, 中에도 득



이달 초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총재의 환율시스템 정상화 발언 때 시장은 이미 단기적으로 2~3% 수준의 위안화 절상이 있을 것으로 단정했다. 홍콩 유수 금융사의 한 고위 임원은 18일 카이신과의 인터뷰에서 "일부 중국 금융기관들은 이미 (위안화 절상에 대비해) 달러 자산을 줄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위안화 절상은 단기적으로 중국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곳은 인위적인 위안화 저평가를 앞세운 가격 경쟁력의 보호를 받고 있는 수출업계. 이 때문에 중국의 수출이 글로벌 경제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크게 확대된 만큼 위안화 절상이 글로벌 경기 회복에 장애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단기 투기성 해외 자금, 즉 핫머니도 위안화 절상을 노리고 중국으로 몰려들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중국의 자산가치 급등(버블) 속도는 한층 빨라질 것으로 우려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위안화 절상은 해보다 득이 크다. 중국 경제는 위안화 절상없인 질적인 차원에서의 업그레이드를 꿈꾸기 힘들다. 환율 결정을 정부정책이 아닌 시장 기능에 맡기는 쪽으로 환율시스템 개혁은 수출, 수입 가격을 안정시켜 중국 무역의 체질을 개선시킬 뿐 아니라 생산품의 가격을 결정짓는 노동력, 토지, 원자재 등 본질적 생산 요소의 가치(가격) 균형을 꾀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이는 다시 중국의 내수 진작으로 연결된다.


◇ 속도 조절이 관건

위안화 절상이 필요하다는 것은 중국 정부도 인정하고 있다. 현재 중국 정부가 걱정하고 있는 점은 급격한 위안화 절상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시장 충격을 야기하는 것이다. 이에 중국 정부는 속도 조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환율정책과 밀접한 한 중국 정부 고위 관리는 카이신과의 인터뷰에서 "환율정책 조정은 순행적이고, 관리 가능하며 순차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리는 특히 순행적인 시스템 개혁을 강조했다. 현실성이 결여된 급격한 위안화 절상은 있을 수 없다는 판단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비교적 공격적인 환율정책 개혁을 선택할 경우, 환율시스템 개혁 첫 3~5년 달러를 상대로 한 위안화 환율이 약 20% 오를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이 최고의 무기였던 중국 수출에겐 가혹한 수준이다. 내실을 제대로 다지지 못한 채 고속 질주해온 중국 경제가 이 같은 빠른 위안화 절상 충격을 견뎌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 이전 절상 형식, 선택 가능성 높아

이 때문에 중국 정부가 과거 2005~2008년 취했던 점진적 위안화 절상의 형식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2006년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연간 3.35% 상승했다. 2007년 상승폭은 6.8% 확대됐다. 중국 정부가 변동환율제를 포기한 2008년 첫 7개월 동안의 절상 폭은 6.9%로 늘어났다.

인민은행 소식통도 정부가 일일 위안화 환율 변동 폭을 순차적으로 확대하는 점진적 위안화 절상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위안화 절상 움직임이 달러 의존의 환율시스템이 아닌 글로벌 통화바스켓 창출로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중국 대외경제무역대학교(UIBE)의 딩 지지에는 18개 주요 통화로 이뤄지는 통화바스켓을 기준으로 개별 환율 움직임을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딩 교수가 제안한 통화바스켓은 주요 무역국들의 무역량으로 비중이 정해진다. 이 경우, 유로의 통화 바스켓 비중은 17.91%, 달러의 비중은 14.68%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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