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전략 없어도 1등... 비결은 情"

전주=정진우 기자 2010.03.18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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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은행 잘 나가는 이유]<2> 전북은행 삼천동 지점

편집자주 지방은행이 잘 나가고 있다. 지방은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한 곳으로 대한민국 국민 절반이 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는 패배의식이 남아 있다. 국내 대형 시중은행들이 국민 모두를 상대로 영업하지만, 지방은행들은 해당 지역에서만 영업할 수 있다. 고객이 절반 이하인 셈이다. 그런 어려움 속에서 지방은행들은 괄목상대할만한 실적을 올리고 있다.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라고 비유될 수 있을 정도로 절대적 열세 속에서 치열한 영업으로 이기고 있는 지방은행의 영업현장. 그 뜨거운 현장을 찾아 잘 나가는 이유를 7회에 걸쳐 소개한다.

# 전북 전주시 삼천동 1가 삼익수영장 앞. 전주 명물인 '막걸리 골목'의 입구, 이곳엔 막걸리 주점 30여 개가 모여 있다. 퇴근 시간이면 파전 굽는 향기와 막걸리 구수함이 애주가들의 소매를 잡아끈다.

푸짐한 안주와 정 넘치는 서비스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A막걸리 집. 저녁엔 사람들로 넘쳐나 발 디딜 틈이 없다. 가게를 운영하는 김경자(가명) 사장은 뜻하지 않게 급전이 필요했다. 그가 찾은 곳은 걸어서 3분 거리에 있는 전북은행 (0원 %) 삼천동 지점.



김 사장의 안타까운 사연을 들은 김명철 지점장은 주저 없이 1000만 원을 대출해줬다. 이 사장과 특별한 친분은 없었지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고객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는 은행은 진정한 은행이 아니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우리 지점을 찾아오는 고객들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다. 무조건 가능하다고 말하고 상담을 시작하다보면 정말 대안을 찾을 수 있다"는 그의 '고객 먼저 생각하기'가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영업전략 없어도 1등... 비결은 情"


이런 김 지점장의 열정이 삼천동 지점을 지난해 전북은행 경영평가에서 84개 지점 중 1등으로 올려놓았다. 이 은행의 서민특화 상품인 '서민전용 대출(Sub Credit Loan, SCL)'이라는 동일 상품으로 발군의 성과를 낸 것이다.



◇진정한 서민은행이란 이런 것=삼천동 지점은 1990년대에 개발된 된 곳에 있다. 지점이 들어선 것은 1994년. 인근 개나리아파트를 시작으로 단지가 조성돼 지금은 6500여 가구가 들어섰다. 상가 점포는 350개가 밀집했고 오후 2시만 넘으면 수백 개의 노점상들이 자리를 잡는다.

삼천동 지점엔 색다른 영업 전략이 없다. 홍성주 행장이 강조한 '차별화 전략'만 지점 상황에 맞게 각색해 두루뭉술하게 적용한다. 특히 노점상을 하는 서민이 많은 영업 환경을 고려, SCL 대출에 신경을 많이 쓸 뿐이다.

이 대출은 전북은행이 선보인 서민특화 대출로 무담보 저 신용자에게 최대 1000만 원(연 12∼14%)까지 빌려주는 상품. 전북은행은 지난 2월 말 현재 2만2580명에게 1038억 원을 대출했다.


삼천동 지점도 지난해 250명에게 총 12억 원을 지원했다. 힘이 들 때 진정한 친구가 돼 줄 것이란 믿음이 고객들을 충성 고객으로 변화시켰다.

◇'자율성'이 영업력 키운다= 지난 11일 찾은 삼천동 지점 내부엔 그 흔한 캐치프레이즈가 담긴 푯말 하나 없었다. 지점 분위기도 조용했다. 그런데 영업실적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김 지점장은 "무 전략이 전략"이라고 짤막하게 말했다. "소리 소문 없이 자기가 맡은 임무에 충실할 뿐"이라는 것. 직원들에겐 카드 몇 좌, 예적금과 대출 얼마 등 할당 같은 것도 없다. 늦게까지 남아 격무에 시달리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직원들은 스스로 움직였고 지역은행 특유의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영업을 펼친다. 은행 일에 재미를 느끼고 각자 정해진 임무를 주어진 여건에서 성실히 할 뿐이다.

그동안 실적은 좋지 않았다. 전체 지점 중 중간 정도에 머물렀다. 하지만 지난해 김 지점장 부임 이후, 자율성을 바탕으로 한 영업이 빛을 발했다. 이 지점의 수신 규모는 558억 원, 1년 동안 40억 원 늘었다. 1인당 평가이익은 2억 원을 웃돈다. 다른 지점의 2배다. 지난 한해 순이익은 30% 증가했다.

김병섭 부지점장은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고 직원들 스스로 적극 나선 결과"라고 밝혔다.



◇"꺼지지 않는 열정을 가졌는가?"= 삼천동 지점 직원들의 업무 영역은 전주시내 모든 곳이다. 특히 덕진구 팔복동에 밀집한 각종 공장들은 그들의 텃밭이다. 매일같이 방문하며 업체 현황을 파악하고 뭐가 필요한지 분석한다. 이들 공장과 직원들을 위한 재무 설계를 해주고 있다.

직원들은 지점 문만 나가면 볼 수 있는 이들 고객에게 감동 서비스를 제공한다. 잔돈거래를 하거나 잠시 쉬었다 가는 고객들도 편하게 대한다. 바쁜 고객들을 위해 직접 현장에 나가 환전을 해주는 등 금융거래를 돕는다. 이런 서비스를 통해 일대 영업 점유율을 70%대까지 끌어올렸다. 근처 신협이나 다른 금융기관이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김 지점장은 "누구나 1등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남보다 노력하면 되고 또 남보다 더 많이 뛰면 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아무나 그렇게 하진 못한다. 그는 "어떤 은행이든 서민을 위해 노력한다"고 말하지만 "고객 위주로 생각하며 그들에게 감동을 전할 수 있는 영업을 하는 은행은 별로 없다"고 꼬집었다. "진정으로 고객을 위하는 마음을 지속할 때 1등은 자연스럽게 따라 온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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