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짐한 안주와 정 넘치는 서비스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A막걸리 집. 저녁엔 사람들로 넘쳐나 발 디딜 틈이 없다. 가게를 운영하는 김경자(가명) 사장은 뜻하지 않게 급전이 필요했다. 그가 찾은 곳은 걸어서 3분 거리에 있는 전북은행 (0원 %) 삼천동 지점.
삼천동 지점엔 색다른 영업 전략이 없다. 홍성주 행장이 강조한 '차별화 전략'만 지점 상황에 맞게 각색해 두루뭉술하게 적용한다. 특히 노점상을 하는 서민이 많은 영업 환경을 고려, SCL 대출에 신경을 많이 쓸 뿐이다.
이 대출은 전북은행이 선보인 서민특화 대출로 무담보 저 신용자에게 최대 1000만 원(연 12∼14%)까지 빌려주는 상품. 전북은행은 지난 2월 말 현재 2만2580명에게 1038억 원을 대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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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동 지점도 지난해 250명에게 총 12억 원을 지원했다. 힘이 들 때 진정한 친구가 돼 줄 것이란 믿음이 고객들을 충성 고객으로 변화시켰다.
◇'자율성'이 영업력 키운다= 지난 11일 찾은 삼천동 지점 내부엔 그 흔한 캐치프레이즈가 담긴 푯말 하나 없었다. 지점 분위기도 조용했다. 그런데 영업실적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김 지점장은 "무 전략이 전략"이라고 짤막하게 말했다. "소리 소문 없이 자기가 맡은 임무에 충실할 뿐"이라는 것. 직원들에겐 카드 몇 좌, 예적금과 대출 얼마 등 할당 같은 것도 없다. 늦게까지 남아 격무에 시달리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직원들은 스스로 움직였고 지역은행 특유의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영업을 펼친다. 은행 일에 재미를 느끼고 각자 정해진 임무를 주어진 여건에서 성실히 할 뿐이다.
그동안 실적은 좋지 않았다. 전체 지점 중 중간 정도에 머물렀다. 하지만 지난해 김 지점장 부임 이후, 자율성을 바탕으로 한 영업이 빛을 발했다. 이 지점의 수신 규모는 558억 원, 1년 동안 40억 원 늘었다. 1인당 평가이익은 2억 원을 웃돈다. 다른 지점의 2배다. 지난 한해 순이익은 30% 증가했다.
김병섭 부지점장은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고 직원들 스스로 적극 나선 결과"라고 밝혔다.
◇"꺼지지 않는 열정을 가졌는가?"= 삼천동 지점 직원들의 업무 영역은 전주시내 모든 곳이다. 특히 덕진구 팔복동에 밀집한 각종 공장들은 그들의 텃밭이다. 매일같이 방문하며 업체 현황을 파악하고 뭐가 필요한지 분석한다. 이들 공장과 직원들을 위한 재무 설계를 해주고 있다.
직원들은 지점 문만 나가면 볼 수 있는 이들 고객에게 감동 서비스를 제공한다. 잔돈거래를 하거나 잠시 쉬었다 가는 고객들도 편하게 대한다. 바쁜 고객들을 위해 직접 현장에 나가 환전을 해주는 등 금융거래를 돕는다. 이런 서비스를 통해 일대 영업 점유율을 70%대까지 끌어올렸다. 근처 신협이나 다른 금융기관이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김 지점장은 "누구나 1등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남보다 노력하면 되고 또 남보다 더 많이 뛰면 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아무나 그렇게 하진 못한다. 그는 "어떤 은행이든 서민을 위해 노력한다"고 말하지만 "고객 위주로 생각하며 그들에게 감동을 전할 수 있는 영업을 하는 은행은 별로 없다"고 꼬집었다. "진정으로 고객을 위하는 마음을 지속할 때 1등은 자연스럽게 따라 온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