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영욱 "오찬장 의자에 5만불 두고 나와"

머니투데이 배혜림 기자 2010.03.11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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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전 국무총리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된 곽영욱 대한통운 전 사장은 11일 "총리공관 오찬이 끝난 뒤 5만 달러를 오찬장의 의자에 두고 나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 전 총리가 돈봉투를 챙겼는지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밝혀 향후 한 달 동안 이어질 '진실게임'의 결과가 주목된다.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형두 부장판사)의 심리로 진행된 한 전 총리에 대한 두 번째 공판에서 곽 전 사장은 "강동석 전 건설교통부 장관과 정세균 전 산업자원부 장관이 오찬장을 나간 뒤 의자에 돈봉투를 놓고 아주 짧은 시간에 뒤따라 나갔다"고 진술했다.



그는 가장 마지막으로 오찬장을 나선 사람은 한 전 총리였지만 자신과 거의 동시에 나갔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 전 총리가 돈봉투를 봤는가'라는 재판부의 질문에 "돈봉투를 봤는지 못봤는지는 모른다"면서 "한 전 총리가 돈을 거절할 것이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 돈을 놓고 '미안합니다'라고 말했기 때문에 한 전 총리가 (돈봉투를)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이는 곽 전 사장이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직접 건넨 것이 아니라고 밝힌 것으로 검찰의 공소 내용과 일부 다르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앞서 검찰은 공소장에서 '곽 전 사장이 오찬 후 다른 참석자들이 먼저 나가고 한 전 총리와 둘만 남아있는 기회에 2만 달러와 3만 달러가 든 봉투를 한 전 총리에게 건넸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김주현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는 "(곽 전 사장의)검찰 진술내용을 밝힐 수는 없지만 (검찰 조사 당시에도)비슷한 취지였다"며 "4~5명이 들어가는 작은 방인데다 당시 방에 다른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곽 전 사장이 한 전 총리에게 직접 돈을 건네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뇌물이 한 전 총리에게 전달된 것으로 간주해 기소했다"고 전했다.

검찰은 이날 한 전 총리의 전화번호 2개와 2004년 1월6일과 7월20일 한 전 총리와 오찬을 한 사실이 적혀 있는 곽 전 사장의 수첩을 증거로 제시하며 둘 사이의 관계를 집중 추궁했다. 또한 곽 전 사장으로부터 "한 전 총리와 함께 서울 서초구에 있는 골프숍을 방문해 1000만원 상당의 골프채 세트를 선물했다"는 진술과 "한 전 총리가 총리 재직 시절 통화한 사실이 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그러나 곽 전 사장은 통화 시점이 공기업 사장 지원 이전인지 아니면 이후인지, 어느 회사에 지원했을 때인지에 대해서는 기억하지 못했다. 그는 "(통화시점이)원서를 접수하라고 지시했을 때인 듯하나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며 "(당시 지원한 회사가)석탄공사인지 남동발전인지, 한국전력인지도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검찰의 주장에 따르면 곽 전 사장은 2006년 11월 말 석탄공사 사장으로 지원하라는 산자부 고위 공무원의 전화와 산자부 과장의 자택 방문을 받았다. 이후 석탄공사 사장으로 지원할 준비를 하던 중 같은해 12월20일 총리공관 오찬에 참석해 한 전 총리에게 5만달러를 전달했다.

그러나 곽 전 사장은 석탄공사 사장에 임명되지 않자 한 전 총리로부터 '곧 다른 공기업 사장으로 가게 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고, 2007년 3월 초 한전 임원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사장 지원서를 접수, 같은 달 31일 남동발전 사장으로 선임됐다.



이와 관련해 곽 전 사장은 "산업자원부에서 찾아와 (입사지원서를)내라고 하니까 사장으로 선임될 거 같다는 '느낌'(feeling)을 받고 한 총리에게 전화해 '사장으로 선임될 것 같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한 전 총리와 친한가'라는 검사의 질문에는 "훌륭한 분이 친절하게 대해줘서 부드러움을 느끼고 친하다고 느꼈다"면서도 "친한 거 같지.."라며 말꼬리를 흐리기도 했다. 2009년 8월2일 이뤄진 1분51초 동안의 통화기록에 대해서는 "총리를 그만 둔 뒤 오랜만에 안부 인사차 한 번 통화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는 검찰이 곽 전 사장 진술을 증명하기 위해 양복 안주머니에 5만 달러를 나눠 담은 봉투를 넣어 재판부에 보여 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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