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건설의 중학지구 수주 전략

더벨 박영의 기자 2010.03.03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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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수주과정서 계열사 적극 활용..우발채무 안늘리고 자금조달

더벨|이 기사는 02월26일(10:36)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외국인이 직접 시행하는 부동산 개발사업으로 업계의 관심을 모은 중학지구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4500억원 규모로 완료됐다.



이 딜(deal)을 끝내기까지 금융주관사인 신한은행이나 자문을 맡은 맥쿼리증권이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는 후문이다. 사업성에 대해서는 금융기관 상당수가 수긍하는 분위기였으나 사업 주체에 대한 불확실성이 막판까지 발목을 붙잡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공을 맡은 한화건설의 사정은 좀 달랐다. 녹록치 않은 여건 속에서도 시공사 낙점 과정부터 자금 조달에 이르기까지 전략적인 접근이 두드러졌다는 평이다.



우선 시공사 선정 과정.

중학지구 시공에는 포스코건설과 삼성물산, 두산중공업, SK건설 등 굵직굵직한 후보들이 도전장을 던졌다. 시공능력순위 13위에 해당하는 한화건설로서는 시공사 선정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때 승부수로 내세운 게 계열사인 대한생명과 한화손해보험이었다. 계열사의 PF 참여를 내세워 대규모 자금 조달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주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실제로 이번 PF에 대한생명과 한화손해보험이 900억원을 대출했다. 1000억원 규모로 ABCP에 대한 신용공여를 한 우리은행을 제외하고는 최대 액수다.

증권사 관계자는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계열사의 대출 참여 조건을 내세운 것으로 안다"며 "자금 조달에 대한 부담감을 덜 수 있기 때문에 시공사로 선정되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4500억원 규모의 개발사업에 참여하면서 우발채무를 한 푼도 늘리지 않는 수완을 발휘하기도 했다.

애초 시행사와 금융기관에서 한화건설에 채무인수 등 신용공여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행사에서 제공한 강남 소재 빌딩만으로는 담보 여력이 충분치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이미 2조2000억원(2009년 3분기 기준)에 달하는 PF에 지급보증을 하고 있는 한화건설로서는 채무인수 결정이 쉽지 않았다. 금융기관 대출과 달리 투자자에게 팔려나가는 CP는 향후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협상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여지가 적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결국 대출에 대한 안전장치는 마련하면서 우발채무가 증가하지 않는 오피스빌딩(타워A) 매입 확약이 해결책으로 제시됐다. 시행사에서 대출 만기 3개월 전까지 오피스빌딩 한 개 동을 매각하지 못할 경우 한화건설이 2000억원(3.3㎡당 1600만원)에 인수하겠다는 내용으로 채무인수를 대체한 것이다.

최근 선매각 된 인근 업무용 빌딩 가격이 3.3㎡당 1660만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화건설에서 준공물을 떠안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나쁘지 않은 가격이라는 평이다. 도심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계열사 사옥으로 쓰거나 리츠(Reits) 등 장기 투자 물건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금융기관 관계자는 "오피스빌딩 매입 확약은 PF 신용보강안으로 흔히 쓰이지 않던 방식"이라며 "한화건설이 우발채무를 늘리지 않는 선에서 효율적으로 자금 조달 전략을 짠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금융위기 이후 건설사의 생존 전략이 화두가 되고 있다. 지급보증 축소 등 리스크 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지만 동시에 성장을 위한 신규 물량 확보도 건설사의 고민거리다. 신규사업 수주와 리스크 축소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대다수의 건설사에게 한화건설의 이번 수주 전략이 어떤 시사점을 줄 지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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