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가계저축률이 이렇게 낮아진 것은 비교적 최근 일이다. 외환위기 이전 한국의 가계저축률은 15∼20% 수준으로 아시아 주변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나 외환위기 이후 몇년 동안 급격히 떨어져 2002년에는 0.4%에 달했다. 이후 신용카드 대란이 발생하면서 2004년 8%대로 급등했다가 2005년부터 소비가 회복되면서 다시 2%대로 하락했다.
수도권 신도시, 행복도시, 혁신도시 등 각종 지역개발사업에 따른 토지보상금 지급이 가계저축률 하락의 또다른 이유로 추정된다. 경제주체간 토지매매에 따른 자금흐름은 한국은행 국민계정의 '비생산 비금융자산 순구입' 항목에 나타나 있다. 이 지표에 따르면 가계의 토지 매도 자금 유입은 2000년대초 평균 5조원 수준에서 2006년 39조5000억원, 2007년 37조7000억원으로 급증했고, 이것이 최근 가계부채가 상대적으로 안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저축률을 크게 떨어뜨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 역시 낮은 가계저축률이 앞으로 경상수지 적자구조로 이어질 가능성이 꽤 있어 보인다. 우선 기업저축률(수익성)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특히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환율이 기업 수익성에 큰 영향을 준다. 지난해의 경우 몇몇 수출기업이 일시적인 원화약세에 힘입어 사상 최대 수익을 올린 바 있다.
정부저축률은 인구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지출 증가로 하락할 것이 확실하다. 정부저축률은 앞서 언급한 국민연금 도입 및 확대가 본격적인 노령연금 지급을 수반하지 않았기 때문에 꽤 상승한 상태나 이는 노년층에 대한 사회보장 지출이 본격화되면 다시 하락할 것이다. 사회보장 지출 증가 및 재정적자에 따라 많은 선진국에서 정부저축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나아가 인구고령화는 가계저축률의 추가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는 경제학자 모딜리아니의 생애주기 가설이 이미 예견한 현상이며, 최근 일본의 가계저축률 하락으로 현실화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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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가계저축률의 뚜렷한 반등이 없는 한 경상수지 균형 유지에 대한 관심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특히 가계저축률이 낮은 상황에서 "투자확대만이 한국경제의 살 길"이라고 외치는 것은 한국경제의 전통적인 '세 마리 토끼' 중 하나인 국제수지 균형을 포기하겠다는 주장과 다름없다. 물론 낮은 가계저축률은 소비회복 전망 역시 어둡게 한다. 특히 각종 지역개발사업이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저축률 반등은 소비전망에 꽤 심각한 악재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