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사형제 합헌' 결정(종합)

머니투데이 김성현 기자 2010.02.2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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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재판 단서규정, 사형제 간접 인정"

사형제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향후 사형제 존폐를 놓고 법 개정 논의가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헌법재판소는 25일 사형제 위헌 법률심판 제청 사건에 대해 5대4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헌법상 '비상계엄 군사재판'에 대한 단서가 사형을 규정하고 있는 이상 이미 사형은 헌법적으로 긍정된 것"이라며 "우리 헌법은 적어도 사형제도를 간접적으로나마 인정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헌법 110조 4항은 "비상계엄하의 군사재판은 군인 범죄의 경우 판결을 (3심이 아닌)단심(單審)으로 확정하되 사형을 선고한 경우는 예외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법률에 따라 사형이 선고될 수 있음을 전제로 한 조항이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또 "범죄 예방을 통한 공익이 극악한 범죄를 저지른 자의 생명권 박탈이라는 사익보다 결코 작지 않다"며 "생명권 제한을 정당화될 수 있는 예외적 경우에는 생명권 박탈이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형이 다수의 무고한 인명을 잔혹하게 살해하는 등의 극악한 범죄에 한정적으로 선고되는 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규정한 헌법 10조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사형제를 합헌으로 보되 제도 개선이나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보충 의견도 나왔다.

민형기 재판관은 "사형 대상 범죄를 축소하거나 문제되는 법률 조항을 폐지해야 하고 국민 여론과 시대상황을 반영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송두환 재판관은 "형벌조항을 전면 재검토해서 사형이 적용될 수 있는 범위를 한정해야 하며 사형제 존폐 문제는 입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헌재의 이번 선고는 2008년 9월 전남 보성 앞바다에서 여행객 4명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70대 어부 오모씨의 신청을 받아들여 광주고법이 위헌 법률심판 제청을 한 데 따른 것이다.

광주고법은 사형수와 법관, 집행 관여자 양심의 자유와 인간 존엄을 침해하는 점, 오판으로 사형이 집행될 경우 원상회복이 불가능한 점, 가석방이 불가능한 종신형으로도 범인을 영구 격리할 수 있는 점 등을 근거로 위헌을 주장해왔다.



반면 사형제 운용 주무 부서인 법무부는 형벌로서 응보적 성격을 부인하기 어려운 점, 실무상 사형선고가 엄격하게 이뤄지는 점, 오판 가능성이 거의 없는 점, 흉포한 사건이 큰 폭으로 줄지 않는 점, 국민 여론 등을 이유로 합헌을 주장했다.

헌재 노희범 공보관은 "헌재의 결정은 사형제의 존치 여부와 무관한 법리적 판단일 뿐 존폐 여부 자체는 입법 판단의 대상"이라며 "이번 결정은 사형제 논의의 마침표가 아니라 오히려 촉발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헌재는 1996년 "우리 문화수준이나 사회 현실에 비춰 당장 무효로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합헌 결정을 내렸다. 우리나라는 현재 59명의 사형수가 있지만 김영삼 정부시절인 1997년 23명에게 사형을 집행한 이후 12년 동안 사행을 집행하지 않아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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