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株' 펀드 차익실현··· '3년을 기다렸다'

머니투데이 원정호 기자 2010.02.26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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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퀸' 김연아가 쇼트프로그램에서 역대 세계 최고점수로 1위에 오른 24일. '올림픽 여왕' 등극을 향해 첫걸음을 내딛는 순간을 3년여간 기다려온 펀드가 있다. 주인공은 '한셋사모기업인수증권투자회사1호(이하 한셋사모펀드).'

한셋사모펀드는 김연아의 매니지먼트사인 IB스포츠 (2,575원 ▲10 +0.39%)가 김연아의 밴쿠버 올림픽 금매달 기대감으로 지난 23일 52주 신고가(5450원)에 오르자 차익 실현에 나섰다. 24일에 66만주, 최근 5일간 또 다른 계좌에서 9만주를 매도했다.



이 같은 매도세에 IB스포츠는 3일 연속 급락해 25일 종가 기준 4160원까지 밀렸고 25일에는 한국거래소로부터 투자주의종목에 지정되기도 했다. 3일간 이어진 한셋펀드의 매도 공세가 진정되자 26일 오전 주가는 4일만에 소폭 반등세로 돌아섰다. 주가가 많이 떨어지자 펀드도 차익실현용 매도를 일단락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펀드 관계자는 "펀드 주주의 의견을 모아 포트폴리오 관리차원에서 주식을 매각했다"며 "종목의 주식 유동성을 고려해 지분 일부를 나눠 매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연아株' 펀드 차익실현··· '3년을 기다렸다'


한셋펀드는 지난 2006년 2월 120억원 규모로 설립됐다. 한셋투자자문이 발기인 겸 대표, 자산운용사를 맡았다. 설립 이후 'IB스포츠'에 초기 투자한 뒤 2006년 10월 이 회사를 거래소에 우회 상장시키는 데 기여했다. 한셋펀드는 자산의 60% 이상을 기업에 투자, 계열사에 편입했다가 상장 후 지분을 매각해 수익을 거두는 전형적인 사모M&A펀드다. 이 펀드는 IB스포츠 외에 삼영엔텍과 비상장사 1곳에 투자했다.

한셋펀드가 최근 IB스포츠 지분 매도를 본격 시작하기 전인 지난 17일 기준으로 이 종목 지분 10.08%(197만여주)를 보유하고 있었다. 올 들어 IB스포츠 주가가 많이 올라 지난 2006년 매입 단가 이상의 수익이 나자 과감하게 처분에 나선 것으로 펀드 관계자들은 전했다.

한셋펀드가 이 같이 공격적 운용으로 돌아선 데는 최근 한셋투자자문과 결별하고 새 경영진을 영입한 점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셋펀드는 지난 17일 주주총회를 열어 기존 한셋투자자문를 대표에서 해임시키고 자산운용 계약도 해지한 뒤 새 대표로 박병택씨를 선임했다. 사모펀드가 자신을 설립한 운용사와 계약을 해지하고 개인 대표를 영입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펀드 주주들이 기존 자문사의 운용방식에 불만을 컸다는 얘기다.

한셋펀드 주주들은 한셋투자자문이 투자한 비상장 엔터테인먼트 1곳이 수익을 제대로 올리지 못하는데다 IB스포츠의 적절한 지분 매각 시기를 놓친데 대해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IB스포츠는 우회 상장 이후 2007년 6000~9000원을 오갔으나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2000원대까지 추락했다.



한셋펀드 주주 구성은 흥국생명 계열 사모펀드인 '태광하이클래스사모채권홈합10호'가 지분율 33.33%로 최대 주주며, 고액 자산가 중심의 개인이 지분 절반 정도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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