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상장사도 아닌데 왜 IR을 하지?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2010.02.25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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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 같은 유쾌한 현대카드 실적 발표회

"이 전무님. 오랜만입니다. 얼굴이 좋아 보이시네요."
"△△캐피탈에서 다음달에 300억원 어치 채권 발행한다는데…."
"그쪽은 이번에 □□카드 채권 살 거야? 우리는 100억원 어치 살 계획인데 말야."

현대카드·현대캐피탈 '2009 실적발표회'(IR)가 열린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현대카드 본사 10층 강당. IR이 열리는 이곳은 100여명의 금융권 관계자들로 북적였다. IR은 오후 4시에 시작됐지만 첫 20분은 리셉션 순서로 진행되면서, 행사장을 찾은 투자자들 사이에선 자연스런 담소가 오갔다. 오랜 만에 만난 금융권 '선수'들은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다양한 투자정보를 교환하기도 했다.



강당 뒤쪽의 널따란 여유 공간에는 먹음직스런 샌드위치와 쿠키, 크루아상, 치즈가 가득한 원형 테이블이 여러 개 배치됐다. 세련된 복장의 웨이트리스들이 음료수를 서빙해 마치 파티의 한 장면을 연상케 했다. 강당 전면 대형 스크린에선 2003년부터 현대카드·현대캐피탈에서 내보낸 광고영상과 음악이 흘러나와 쾌활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비상장인 현대카드·캐피탈이 이처럼 색다른 IR을 마련한 것은 회사채를 사주는 투자자들에게 유쾌한 문화의 장을 마련해 주기 위한 것. 특히 리셉션에서 이뤄지는 비공식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투자자들과의 인격적 교감을 나눠, 이성과 감성이 조화된 IR 문화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IR을 총괄한 현대캐피탈 이주혁 전무는 "현대카드·캐피탈의 재무상황이 오랜 기간 안정적 모습을 보이다보니 특별한 이슈가 없어 IR이 지루하게 진행된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경영실적 지표 뒤에 감춰진 현대카드·캐피탈의 매력을 투자자들에게 보여주자는 아이디어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대카드, 상장사도 아닌데 왜 IR을 하지?


기업 경영실적에 대한 브리핑과 간단한 질의응답의 순서로 진행되는 일반 IR과 달리 이날 IR에선 회사의 마케팅 전략과 기업 철학을 소개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현대카드·캐피탈 마케팅을 총괄하는 박세훈 전무가 직접 무대에 올라 회사의 브랜딩(Brending) 전략을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박 전무는 △현대카드·캐피탈의 대표적 문화마케팅 행사인 슈퍼콘서트·슈퍼매치와 △고객 세그멘테이션(segmentation)에 따른 디테일한 상품 개발기법 △이노베이션(혁신)과 네버엔딩 체인지(끝없는 변화)를 모토로 삼은 기업문화 등을 투자자들에게 소개하며, 경영지표 뒤에 감춰진 현대카드·캐피탈의 기업철학을 알리는데 주력했다.


이주혁 전무는 "회사의 마케팅 전략에 대한 인베스터(투자자)들의 관심이 상당하다는 얘길 듣고 마케팅총괄 임원에게 프리젠테이션을 부탁했다"면서 "리스크 관리, 고객만족(CS) 등 다양한 테마를 정해 다음 IR에서도 이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현대캐피탈 2대주주인 GE캐피탈의 라비 아비네니 이사도 무대에 올라 △GE캐피탈의 경영실적 △현대카드·캐피탈과의 파트너십과 투자성과 등을 소개했다.



이 전무는 "현대카드·캐피탈의 파트너사인 GE캐피탈은 국제신용평가기관들로부터 뱅크오브아메리카(BoA)나 씨티(CITI)보다도 높은 'AA+'를 신용등급으로 부여받고 있다"며 "그런데도 GE캐피탈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오해가 상당해 이 회사의 경영관리담당 이사가 직접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5점 만점에 평균 4.1점. 이날 IR이 끝나고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행사 만족도에 대한 설문을 실시한 결과다. IR이 참석자에게 얼마나 어필했는지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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