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사고 전신마비 한인여성의 13년 절규

뉴욕=뉴시스 2010.02.25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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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사고 전신마비 한인여성의 13년 절규


토요타 사고 전신마비 한인여성의 13년 절규
“노랑 이야기를 퍼뜨려 주세요. 저는 13년동안 토요타의 비리를 밝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미 의회에서 도요타 청문회가 24일 시작된 가운데 97년 토요타 차량의 결함으로 의심되는 교통사고로 전신마비가 된 한인여성이 청문회에 자신의 이야기가 거론될 수 있도록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주인공은 보스턴에 거주하는 최혜연 씨(50). 손목에 펜을 고정시켜 인터넷(www.choifive.net)에 ‘노랑의 달빛이야기’를 올리는 필자로도 잘 알려진 최혜연 씨는 97년 6월 토요타 코롤라를 몰고 고속도로를 달리다 원인불명의 차체결함으로 교통사고를 당했다. 다행히 뒷좌석에 탄 둘째와 셋째는 별 탈이 없었지만 최 씨는 목의 척수를 다쳐 어깨 이하가 마비돼 남은 생을 중증 장애인으로 살게 됐다.



구입한지 1년밖에 안된 차량이 갑자기 지그재그로 움직이는 바람에 사고를 당한 최 씨와 남편 최형철 씨(56)가 변호사를 선임, 소송을 제기하자 토요타 측은 100만 달러의 합의금을 제시했다. 차량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서도 100만 달러를 제시한 토요타. 변호사는 소송에 이길 가능성이 없다며 합의를 종용했지만 운전자 과실을 주장하는 토요타를 용납할 수 없었다.

이때부터 진실규명을 위한 최 씨 가족의 고통스런 싸움은 시작됐다. 보상금이나 다름없는 거액의 합의금을 외면하고 거대 로펌이 보호하는 글로벌 기업을 상대로 한 법정투쟁은 미친 짓에 가까웠다. 토요타는 사고 원인을 최씨의 운전미숙으로 주장, 배심원을 설득하는데 성공했다.



최씨 부부는 포기하지 않았다. 진실은 결국 밝혀질 것이라는 믿음속에 성원을 보내주는 국민들과 한인사회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사연은 2년전 ‘추적 60분’에도 소개돼 한국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지만 공룡기업 토요타를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최근 치명적인 브레이크 결함에 따른 리콜사태로 새로운 국면이 전개되면서 최 씨의 외로운 투쟁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최 씨는 그동안 미주 한인언론을 비롯, 미씨 USA 등 미주인터넷 커뮤니티에 이같은 사실을 알리는 한편, 자신이 편집위원으로 있는 미주현대불교를 통해 불자들에게 도움을 애타게 호소하고 있다.

“토요타 사태는 요즘 문제되는 가스 페달이나 브레이크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13년전 저를 상대로 한 증거조작과 에어백 문제를 미국의 소비자들과 정책결정자들이 알도록 해야 합니다.”



토요타의 증거조작 가능성에 대해 최 씨는 “뒷바퀴 나사가 빠져서 사고 난 건데 나중에 보관중인 차를 살펴보니 원인인 두 부분을 확실하게 고쳐놨다. 이 차 시스템을 잘 아는 사람이 고친거다. 사람이 죽네 사네해도 순식간에 차를 고쳐놓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조직적으로 누군가가 하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혜연씨는 그간 부품 결함으로 의심되는 사고로 미국에서만 20여명 이상의 인명 피해가 있었는데도 회사 관계자가 차에 결함이 없다고 말하는 모습을 보며 어처구니가 없었다고 심정을 밝혔다.

토요타 리콜 사태 이후 거대 기업의 신용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그녀는 사람들이 자신의 얘기에 귀 기울여 줄 것이라는 기대 속에 도와 줄 변호사와 대외활동을 맡아줄 대변인을 찾고 있다.



최 씨는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 차량 결함을 피해자 잘못으로 돌리는 게 억울하고 누군가 또 이런 일을 당하고 있기 때문에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변호사도 없이 장애의 몸으로 글로벌 기업을 상대로 싸우기가 너무나 힘겹다는 최 씨의 호소가 안타깝게 메아리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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