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당론변경 친이친박 격돌 시작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0.02.22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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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당론 결정을 위해 22일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는 예상대로 정면충돌 양상으로 진행됐다. 사실상 수정안 관철 절차에 돌입한 친이(친이명박)계에 친박(친박근혜)계가 의총 시작부터 강하게 반발했다.

의총은 당초 예정된 오후 2시보다 13분가량 늦게 시작했지만 소속 의원 169명 가운데 140명 이상이 참석해 세종시 토론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반영했다. 세종시 당론 변경 토론을 반대한 박근혜 전 대표는 불참했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은 "박 전 대표는 지금까지 세종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언론에 명확하게 다 밝혔다"며 "의총장에 나와 또다시 반복할 필요가 있겠냐"고 말했다.



친이 친박 양측은 의총이 시작하자마자 공개 여부를 두고 기싸움을 벌였다. 사회를 맡은 친이계 원희목 원내부대표가 비공개 진행을 알리자 친박계 조원진 의원이 큰 소리로 "공개로 하지 뭣 때문에 비공개로 하냐"며 불만을 제기했다. 순간 회의장에선 "공개" "비공개" 목소리가 터져나왔고 일부 의원들은 삿대질을 하기도 했다.

다수 의견에 따라 비공개로 진행된 의총에서 친이계 의원들은 국가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해소, 정부부처 이전에 따른 비효율 방지 등을 위해 수정안이 해법임을 내세우며 세종시 수정안 당위성을 강조했다. 반면 친박계는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대선과 총선을 거치며 "차질 없는 세종시 건설"을 공약으로 내걸었다며 세종시 수정안은 철회돼야 한다는 입장으로 맞섰다.



친이계인 정태근 의원은 "토론 뿐 아니라 표결로 당론을 결정하는 게 필요하다"며 "3월 둘째주까지는 이 문제를 마무리짓는 방향으로 논의를 집중해야 한다"고 시한을 제시하기도 했다.

친이계 이춘식 의원은 "행정부처를 분할한 국가는 독일밖에 없는데 통일 과정에서 주변도시 반대로 6개 부처가 본에 남아 비효율과 낭비가 엄청나다"며 "수정안 반대입장을 재고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우 의원은 "세종시 문제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 '대선에서 재미를 봤다'고 할 정도로 정치적 계산에서 출발한 것"이라며 "행복도시건설청에서 원안추진이 어렵다는 보고서를 여러 번 냈는데 약속만 내세워서는 일이 잘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친박계 유정복 의원은 "수정안은 국회 본회의는 물론 국토해양위도 통과할 수 없다"며 "원안대로 가면 세종시가 거덜난다느니 수도분할이니 하는 말은 거짓말"이라고 반발했다.

한선교 의원은 "세종시 원안에 이미 자족기능이 들어 있고 명품도시를 만들려면 정부 부처가 가야 한다"며 "수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 왜 그러느냐"고 반문했다.



앞서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번 의총을 시작으로 매일 의총을 열어 접점을 찾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계속된 의총 토론에서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친이계는 당론 변경을 위한 찬반투표 수순밟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당론변경을 위해선 당 소속 의원 113명의 동의가 필요해 20여명에 이르는 중도 성향 의원을 두고 양측의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한편 이날 의총에선 박 전 대표에 대한 친이계 의원의 막말 파문이 문제가 됐다. 친박계 한선교 의원은 친이계 진수희 의원이 지난 11일 한나라당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박 전 대표를 겨냥해 "사기를 안 당하려면 분당해야지만 어느 X(女) 좋으라고"라고 말했다고 비판했다.

진 의원 측은 이에 대해 "당내 갈등수위가 심각하다고 해서 분당까지 가겠냐"는 뜻에서 극단적인 부부관계의 예를 들었던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또 한나라당의 분당을 바라는 외부세력에 대한 경고 차원에서 강조한 취지였고 특정인을 지칭한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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