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銀 카드사태 이후 최악 실적= KB금융의 지난해 당기순익은 5398억 원. 이날 실적을 발표한 우리금융 1조260억 원과 지난 4일 성적표를 공개한 신한지주 1조3053억 원의 절반 수준이다. 시장 컨센서스(7377억 원)에도 크게 못 미쳤다. 특히 최대 계열사인 국민은행의 실적은 6358억 원으로 2003년(9304억 원 적자) 2004년(3605억 원) 이후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당시 카드 사태라는 특수 상황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실적이 주는 충격은 더욱 크다.
총 연체율은 지난해 말 현재 0.63%를 기록, 전년대비 0.02%포인트 줄었고,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전년대비 0.15%포인트 하락한 1.11%를 기록했다. 한편 KB금융은 이날 주당 23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배당액은 총 788억9666만7470원이다.
국민은행은 2007년부터 뒤늦게 자산경쟁에 뛰어들어 2008년 상반기까지 자산을 늘렸다. 이 기간 총자산 증가율일 가장 컸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 과정에 지급보증, 여신 등 금호 관련 총 익스포저(위험노출도)도 크게 늘었다. 지주사 출범 당시 증권·은행 등 KB금융의 총 익스포저가 3조2000억 원 가량 이었고, 이후 1조 원 가량을 줄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달리 신한은행은 당시 금호그룹에서 발을 빼기 시작했고, 이번 사태에도 별다른 충당금을 쌓지 않았다.
순이자마진 하락도 순익 급감에 큰 영향을 미쳤다. KB금융의 작년 4분기 순이자마진은 2.61%로 전 분기에 비해 0.41%포인트 상승했다. 그러나 지난 2008년 분기별로 3% 내외를 기록했던 점을 감안하면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신한금융과의 실적 차이도 결국 NIM의 격차에서 비롯된 것으로 금융권은 파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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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관계자는 그러나 "지난 해 2분기를 바닥으로 순이자마진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어 올해 1분기 3% 가량으로 올라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고경영자(CEO) 리스크'에 따른 경영 누수도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9월 황영기 전 회장은 우리은행장 재직 시절 투자했던 파생상품 손실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강정원 행장이 회장에 도전했지만, 선임 과정에 금융당국과 극심한 마찰을 빚었다. 파행 끝에 강 행장은 회장 내정자 직을 사퇴했지만, 금융감독원의 강도 높은 종합검사를 받았다. 조직 전반이 영업에 힘을 쏟지 못하며 경쟁력이 크게 훼손됐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