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작년4Q 178억 이익, 쇼크의 원인은 이것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오상헌 기자 2010.02.10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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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그룹 충당금과 CEO리스크 내부요인 탓

KB금융 (83,600원 ▲1,100 +1.33%)지주의 지난해 실적이 어닝쇼크를 기록한 것은 CEO리스크에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련 대손충당금이 큰 폭으로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또 금리하락으로 이자부문 이익이 급속히 줄어든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국민銀 카드사태 이후 최악 실적= KB금융의 지난해 당기순익은 5398억 원. 이날 실적을 발표한 우리금융 1조260억 원과 지난 4일 성적표를 공개한 신한지주 1조3053억 원의 절반 수준이다. 시장 컨센서스(7377억 원)에도 크게 못 미쳤다. 특히 최대 계열사인 국민은행의 실적은 6358억 원으로 2003년(9304억 원 적자) 2004년(3605억 원) 이후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당시 카드 사태라는 특수 상황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실적이 주는 충격은 더욱 크다.



KB금융 작년4Q 178억 이익, 쇼크의 원인은 이것


은행의 안정성을 나타내는 자본적정성 비율은 양호했다. 금융 위기를 겪으며 다양한 자본 확충 노력을 기울였고, 이익잉여금이 증가한 탓이다. 작년 말 현재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과 기본자본(Tier I)비율은 각각 14.10%와 10.90%를 기록했다. 단순자기자본(TCE)비율도 7.46%를 나타냈다.

총 연체율은 지난해 말 현재 0.63%를 기록, 전년대비 0.02%포인트 줄었고,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전년대비 0.15%포인트 하락한 1.11%를 기록했다. 한편 KB금융은 이날 주당 23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배당액은 총 788억9666만7470원이다.



◇뒤늦은 자산경쟁이 '화(禍)'= 증권업계에선 금호 사태에 따른 충당금 적립과 순이자마진(NIM) 하락을 실적 악화의 배경으로 꼽았다. 보수적으로 금호 관련 충당금을 쌓았다는 게 KB금융 측 설명이지만, 이는 곧 자산 리스크 관리에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정욱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금호 충당금을 2500억 원 정도 쌓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2007년부터 뒤늦게 자산경쟁에 뛰어들어 2008년 상반기까지 자산을 늘렸다. 이 기간 총자산 증가율일 가장 컸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 과정에 지급보증, 여신 등 금호 관련 총 익스포저(위험노출도)도 크게 늘었다. 지주사 출범 당시 증권·은행 등 KB금융의 총 익스포저가 3조2000억 원 가량 이었고, 이후 1조 원 가량을 줄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달리 신한은행은 당시 금호그룹에서 발을 빼기 시작했고, 이번 사태에도 별다른 충당금을 쌓지 않았다.

순이자마진 하락도 순익 급감에 큰 영향을 미쳤다. KB금융의 작년 4분기 순이자마진은 2.61%로 전 분기에 비해 0.41%포인트 상승했다. 그러나 지난 2008년 분기별로 3% 내외를 기록했던 점을 감안하면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신한금융과의 실적 차이도 결국 NIM의 격차에서 비롯된 것으로 금융권은 파악하고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그러나 "지난 해 2분기를 바닥으로 순이자마진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어 올해 1분기 3% 가량으로 올라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고경영자(CEO) 리스크'에 따른 경영 누수도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9월 황영기 전 회장은 우리은행장 재직 시절 투자했던 파생상품 손실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강정원 행장이 회장에 도전했지만, 선임 과정에 금융당국과 극심한 마찰을 빚었다. 파행 끝에 강 행장은 회장 내정자 직을 사퇴했지만, 금융감독원의 강도 높은 종합검사를 받았다. 조직 전반이 영업에 힘을 쏟지 못하며 경쟁력이 크게 훼손됐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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