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40평형 아파트 전성시대 갔다

머니위크 지영호 기자 2010.02.10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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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People/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

약속시간을 10여분 넘기고서야 모습을 드러낸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의 손에는 넥타이가 들려 있었다. '일정이 급해서 못 매고 왔다'며 그제서야 유리창을 거울 삼아 넥타이를 맨다.

그는 요즘 24시간이 부족하다. 최근 부동산 투자 지침서 <10년 후에도 살아남을 부동산에 투자하라>를 출간한 뒤로 강의와 컨설팅 일정에 몰려서다. 어렵사리 만난 그에게서 부동산 투자 방향과 성공 철학에 대해 들어봤다.



◆시대의 흐름을 주시하라

"양극화가 더 가속화될 겁니다."



향후 10년간 부동산시장의 가장 큰 흐름을 묻는 질문에 박 대표의 입에서는 즉각적으로 양극화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그러고 보니 책에도 '부익부 빈익빈'이 유독 강조됐던 터다. 그는 책에서 '임대주택 증가 추이를 볼 때 도심 주택 부족 현상을 결국 극복하지 못할 것이며, 한편으로는 인구증가율이 둔화된다 하더라도 주택의 고급화와 대형화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예견했다.

양극화를 이유로 앞으로 인기를 누릴 부동산은 '소형 평형 위주의 아파트와 펜트하우스 같은 고급 주택'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반면 '건설사는 30~40평형대 아파트의 분양이 쉽지 않을 것'으로 평가했다.


그는 이 같은 현상을 '마트전쟁'에서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겹살 가격 할인으로 대표되는 대형마트의 '10원 싸움'이 대표적인 부익부 빈익빈 현상의 사례라는 것이다.

"왜 마트들이 가격전쟁을 벌이겠어요? 장사가 안 되니까, 중산층 이하가 소비를 안 하니까 마트에서는 매출을 늘리려고 경쟁업체와 전쟁도 불사하는 거죠"



그는 유통업체들의 주가에서도 양극화 상황이 뚜렷하게 반영되고 있다고 말한다. 예컨대 롯데마트를 가지고 있는 롯데쇼핑이나 이마트를 가지고 있는 신세계의 주가는 아직도 금융위기 이전 상황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백화점만 가지고 있는 현대백화점의 주가는 꾸준한 상승세로 금융위기 이전 상황을 회복했다. 마트에 비해 부유층이 많이 찾는 백화점 입장에서는 양극화가 오히려 호재일 수 있다는 게 그의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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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가 주목하는 또 하나의 현상은 경제성장률이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두자릿수 성장률을 올리던 해는 전국적으로 아파트 분양이 잘됐고, 5~10%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던 시기에는 수도권 혹은 도심 가까운 곳이 선전했다. 반면 5% 미만으로 떨어졌을 때는 일부 서울 도심과 산업도시 일부를 제외하곤 대부분 분양에 실패했다.

"3~4%대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는 경제성장률을 감안하면 앞으로 도심 내 투자는 불가피한 선택입니다."

대부분의 전문가와 마찬가지로 1~2인 가구 주택 수요 증가는 '세대의 흐름'이라고 말한다. 적어도 2030년까지 1인 가구가, 2022년까지 수도권 인구가 꾸준히 늘어난다는 것. 어떤 근거로 그렇게 전망하느냐는 질문에 '통계청 자료에 다 나와 있는 내용일 뿐'이라고 답했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부동산 가격 폭락에 대한 박 대표의 시각은 어떨까?

"1973년생까지를 통상 2차 베이비부머로 보고 있는데요, 이들이 부동산 수요를 받치고 있고 또 계속 시장에 나오고 있어요. 가격 폭락은 없을 듯합니다."

하지만 보다 안전한 부동산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실속형 부동산에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실속형 부동산은 한마디로 '팔기 쉬운 부동산'이란 뜻이다. 아파트로 따지자면 30평형대 미만, 오피스텔은 임대수익률이 높은 역세권 매물이 이에 해당한다.



◆인생 목표, 절반만 설정하기

한국외국어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1997년 한일은행 행원으로 입사해 한빛은행을 거치는 동안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획득했다. 동기는 단순했다. 승진시험 응시과목이 공인중개사 시험과목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얻은 자격증은 후에 부동산업계에 발을 담그는 계기가 됐다. 한양대 부동산학원 석사과정을 마치고 부동산 정보업체 내집마련정보사에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지금의 회사를 직접 만들면서 1인 기업가로 변신했다. 5시 반에 출근해 새벽 2~3시에 퇴근할 정도로 열의에 찬 시기였다.



"주말도 없이 미친 듯이 배우고 일했습니다. 새벽 2시에 고객에게 컨설팅을 해준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입니다."

그는 최근 5년간 독하게 일한 덕분에 비염이라는 선물을 얻었다. 돈을 얻고 건강을 잃은 셈이다. 뿐만 아니라 그의 열정은 가족 불화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7살짜리 딸아이의 유치원 행사에 한번도 가본 적이 없어요. 가족에 진 빚을 갚고 싶어 지난 8월에야 제주도 여행을 겨우 다녀왔어요. 형제들 모임도 5년 만에 처음으로 나가게 됐고요."



여전히 딸의 유치원 행사의 내용도 모르고, 제주도 여행도 2박3일에 불과했지만 앞으로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늘릴 계획이라고 다짐한다.

그렇다면 돈과 행복, 건강을 모두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박 대표는 깨우친 것이 있다고 말한다.

"재산 목표를 100억원으로 잡았다면 50억원으로 줄이세요. 가족과 건강을 지키는 해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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