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대법원장 첫 계란세례

머니투데이 배혜림 기자 2010.01.21 18:43
글자크기
판결에 불만을 품은 시민단체가 대법원장의 출근 차량에 계란을 투척하는 사건이 20일 발생했다. 헌정사상 3부 요인 가운데 대법원장이 계란 세례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이날 대법원으로 관용 차량을 타고 출근하던 중 보수단체 회원 3명이 던진 계란 4개를 맞는 봉변을 당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장 관용차 조수석 유리창과 지붕에 계란이 날아들었다"며 "비이성적인 물리력을 행사하는 것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장을 향한 계란 세례는 이번이 처음이지만, 3부 요인인 국무총리와 국회의장이 계란과 물폭탄 등으로 위협을 받은 사례는 과거 다수 있었다.

가장 최근에는 정운찬 국무총리가 지난해 11월 말 세종시 수정 방침을 들고 찾은 충남 연기군에서 계란 세례를 받았다. 세종시 민관합동위원이 탑승한 차량은 지역주민들로부터 계란 100여 개를 맞았다.



1991년 6월3일에는 정원식 당시 국무총리 서리가 서울 외국어대 대학원에서 특강을 하고 나오다 학부 학생들에게 폭행과 함께 계란과 밀가루 세례를 받았다. 정권에 대한 불만이 테러로 변한 사건이었다.

한승수 전 국무총리는 지난해 5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자 봉하마을에 조문을 갔다가 물병 폭탄과 계란 봉변을 당하고 발길을 돌렸다. 김형오 국회의장도 당시 주민들이 던진 계란 때문에 조문을 미뤘었다.

대통령이 계란 봉변을 당한 일도 여러 차례 발생했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해 4월30일 '박연차 게이트'의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정문으로 들어서면서 탑승한 차량에 계란을 맞았다. 이에 앞서 그는 3당 합당에 반대했던 1990년 부산역 앞 시민집회에서 계란을 맞기도 했다.


2001년 5월에는 대우자동차 부평공장을 방문했다가 계란을 뒤집어썼고 민주당 대선후보 시절인 2002년 11월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우리쌀 지키기 전국농민대회'에서도 연설 도중 계란에 얼굴을 맞았다.

김영삼·전두환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 계란투척의 피해자가 됐다. 김 전 대통령은 1999년 6월3일 김포공항에서 일본행 비행기 탑승을 앞두고 빨간 유성 페인트가 담긴 계란을 맞았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지금까지 세상을 살아오면서 독재자에게 몇 번 당했지만 얼굴 전체가 조여드는 고통으로 견디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전 전 대통령은 1998년 11월 전남 순천 선암사의 법회에 참석하기 위해 광주공항에 도착한 뒤 차량을 타고 정문을 빠져나가다 5·18광주민중항쟁청년동지회 회원에게 계란을 맞았다. 이후 선암사에서 법회를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던 전 전 대통령은 또 한 차례 계란 세례를 받기도 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