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KB검사, 조용히 그러나 강하게"

박재범 기자 2010.01.17 14:31
글자크기

수검일보 유출 파문 확산보다 '고강도 검사' 가닥

국민은행의 수검 일보 유출로 파문이 확산되던 지난 14일. 금융당국의 강경 기조는 일관됐다. 다만 내부 분위기는 오전과 오후가 달랐다. 오전엔 '격앙' 그 자체였다. "검사권에 대한 정면 도전"은 가장 낮은 수위의 표현이었다. "검사를 안 받겠다는 것이냐. 아니면 검사를 더 강하게 받아보겠다는 애원이냐"는 비아냥도 흘러나왔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 김용환 수석부원장 등 수뇌부간 회의도 비슷했다고 한다. 하지만 오후 들어 강도가 다소 누그러졌다. 오후 2시에 열린 공식 기자 브리핑. 주재성 금감원 부원장보(은행업서비스본부장)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강한 어조로 국민은행의 유출 사태를 비판했다. 다만 표현은 정제돼 있었다. 별도로 낸 자료도 마찬가지였다.



금감원 관계자는 "감독 당국의 존재 자체를 부정한다는 점에서 격앙됐던 게 사실"이라며 "그렇다고 감정 싸움을 할 수는 없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여기에는 금융위원회와 금감원 등 감독당국 내 협의도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국민은행의 수검 일보 유출이 돌이킬 수 없는 사안인 만큼 차분히 대응하는 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얘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민은행측에서 관련자 징계 방침을 정한 만큼 당국에서 필요 이상의 대응을 하는 것은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며 "담담하게 종합검사를 진행하는 것이 국민은행측을 더 압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사건이 터졌을 때 화를 내는 것보다 조용히 지적하는 게 더 무서운 법"이라며 "국민은행이 명확히 실수한 상황에서 당국이 굳이 오버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자칫 금융당국과 KB간 싸움으로 비쳐질 경우 관치 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의 수검일보 유출 파문은 일단락되는 대신 다음달 10일까지 진행될 종합검사 강도는 상대적으로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KB금융과 국민은행에 대해 금감원이 계좌추적권을 행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감원도 "법규 위반 혐의가 있어 필요한 경우 관련 법규에서 정하고 있는 절차에 따라 관련 자금 흐름 내용을 통상적으로 점검하고 있다"며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와 관련 일부 지점에서 있었던 직원의 횡령사건, 금융사고 규모 축소 의혹, 일부 사외이사와 국민은행간 전산 용역 관계 등이 계좌추적권 행사 대상으로 거론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계좌추적 대상을 정하는 게 아니라 종합 검사 과정에서 필요할 때 하는 것"이라며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