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사태로 시장 위축=명동에서 어음할인 규모가 3위 내에 드는 한 할인전문 업체는 지난주 접수된 중견 건설사 A사의 어음할인 요청을 거절했다. 영업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하는 진성어음인데다 규모도 5억원으로 크지 않아 평소라면 할인이 무난했겠지만, 금호그룹 워크아웃 발표 이후 자금시장이 경색된 여파로 할인이 성사되지 않았다.
건설업계에선 현 상황을 타계하기 위해 건설사간 인수·합병(M&A)을 추진하거나, 업체간 어음을 서로 할인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이도 여의치 않다.
코스닥 상장사들도 비상이 걸리긴 마찬가지다. 지난해 상장유지요건이 강화되면서 상장폐지를 면하려는 코스닥 업체들의 자금수요는 크게 늘고 있지만, 명동에선 당장 돈 풀기를 꺼리고 있어서다.
명동 관계자는 "여기에 신원노출을 꺼리는 전주들이 전자어음 할인을 꺼리고 있어 여간해선 이들 업체들이 돈 구하기 쉽지 않다"며 "전자어음 의무발행 이전 발행된 종이어음만이 간간히 거래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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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권에선 대출 늘려=사채시장과 달리 은행과 저축은행 등 제도권 금융기관에선 다시 돈을 풀 태세다. 시중은행에선 연말 결산, 저축은행에선 반기결산을 각각 앞두고 있어 지난 연말까지는 충당금 적립부담이 늘어나는 신용대출을 꺼려왔지만, 연초 들어 어음할인과 같은 기업 신용대출을 재개했다는 전언이다.
대형저축은행 관계자는 "새해 들어 자금운용 방식을 다각화하고 있다"면서 "우량 업체에 한해 어음할인도 조금씩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대기업과 중소업체의 자금조달 상황에서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명동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재무상황이 우량한 업체들은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업체들은 손 벌릴 곳이 마땅치 않다"면서 "금호사태 여파가 가시는 내달께나 사채업자들도 돈을 풀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