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뷰]대외 위험요인에 선제 대응해야

정부균 국제금융센터 소장 2010.01.21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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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뷰]대외 위험요인에 선제 대응해야


글로벌 금융위기로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웠던 작년 4월, 불름버그 통신의 유명 칼럼리스트인 윌리엄 페섹은 “뉴욕으로부터 7000마일 밖에서 감도는 희소식(Good news springs up 7,000 miles from New York)”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했다.

칼럼의 요지는 “세계 경제가 바닥을 치고 있다는 신호를 찾는다면 바로 한국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당시 국내 금융시장이 다소 안정세를 찾아가기는 했지만 한국의 모습에서 세계경제의 턴어라운드 신호를 찾을 수 있다는 그의 주장은 다소 생경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3월초만 해도 원/달러 환율은 1600원 가까이 치솟았고, 국가부도위험 지표인 CDS 프리미엄도 태국, 말레이시아보다도 훨씬 높은 400bp대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작년 4월은 IMF가 세계경제전망을 통해 한국의 09년 경제성장률이 -4.0%로 추락할 것으로 예상했던 시점이었다.



그로부터 8개월 후인 작년말, IMF는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9년 0.25%, 금년 4.5%로 크게 상향조정 했다. OECD도 정부의 재정 확대와 수출에 힘입어 한국이 OECD국가 중 가장 빠르고 강력하게 회복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원/달러 환율은 이제 1120원대까지 급락해 오히려 지나친 원화강세로 수출경쟁력 약화를 걱정할 정도까지 빠르게 안정되었으며 CDS 프리미엄도 영국, 일본과 유사한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사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우세하였으나 지금은 위기 대응의 성공사례로 인정받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지난 4월 윌리엄 페섹의 진단은 시기는 빨랐지만 매우 정확했다.


이처럼 우리가 OECD 회원국들 중 가장 빠르고 강력하게 회복될 수 있었던 요인으로 재정의 조기집행과 비상경제 대책회의 등 정부의 선제적이고 전방위적인 위기극복 노력을 꼽을 수 있다.

특히 리만사태 이후 정부는 외화유동성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하여 한미 통화스왑 체결, 30억 달러 외평채 발행성공 등 실질적이고 적극적인 대응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금번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고를 넘길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세계 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의 회복에도 불구하고 두바이 사태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회복 기반은 여전히 취약한 상황이다.

아직도 국제금융시장에는 동유럽발 금융위기 재발가능성, 미국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 우려 등에 따른 금융권 추가부실 등 다양한 금융시장 불안 요인들이 잠재해 있다. 따라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올해 상반기까지 연장 운영하기로 한 것은 시의 적절한 조치로 판단된다.

경제회생과 일자리 창출 등 금년도 국정 최우선 과제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무엇보다도 각종 대외 위험요인들에 대한 선제적 대응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특히 두바이 사태 이후 대외차입이 많고 재정이 열악한 국가들의 국가부도위험이 높아지고 있는 점을 주시해야 한다. 이들 국가들의 자금흐름 등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와 함께 우리 금융회사들도 2008년 말과 같은 어려움에 처하지 않도록 대외 익스포져 등 외화유동성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금융 당국도 금융회사의 환위험 관리 능력을 개선하고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축소시켜 줄 수 있도록 동 부문의 리스크 관리시스템을 상시 점검하고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주요국의 출구 전략과 관련, 금리인상 시기나 폭에 따라 캐리 트레이드 자금 등 국제자금흐름이 영향을 받게 되고 이로 인해 신흥국 등의 자산가격 및 환율 급변동을 야기시킬 가능성이 크므로 이에 대한 사전적 대응도 소홀히 하지 않아야 한다.



우리는 난관을 빠르게 극복하고 있는 스스로의 저력에 자부심을 가져도 좋지만 불과 10개월 전 하루하루 숨 가쁘게 위기가 확산되었던 모습도 잊지 말아야 한다.

금번 금융위기 국면에서 온 경제주체가 몸으로 배운 경험을 잊지 않고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대비할 수 있다면 글로벌 금융불안 사태로 치룬 비용도 결코 비싸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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