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여신 조정' 파장은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정진우 기자 2010.01.13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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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금융' 기업 타격에 주목, '속도조절' 주문도

산업은행이 대기업 여신(대출) 조정에 착수한 것은 민영화의 사전작업으로 해석된다. 대출이 소수 기업에 집중되면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본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한 곳에 자금공급이 위축되는 경우 산은 민영화의 효과가 약화할 수 있다. 정책금융공사가 종전 산은의 역할을 잘 이어받도록 하되 이 작업이 여의치 않은 경우 산은의 대출 조정에 속도조절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산은 대출 조정 어떻게= 산은은 조만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기업 여신집중도를 완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는 대기업 여신 총액과 기업별 대출 한도 축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예상이다.

산은 관계자는 "은행 전체적으로 포트폴리오 조정에 착수한 것"이라면서도 "여신집중도를 완화하는 과정에서 신규대출이 줄거나 기존대출 상환을 요구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산은이 대출을 조정하면 산은과 거래 규모가 큰 기업이나 관련 은행들 역시 영향권에 들게 된다. 예를 들어 산은이 해외에 플랜트를 수출하는 기업에 1조원을 대출하고 다른 4개 은행이 2500억원씩 지원했다고 하자. 산은이 대출을 절반으로 줄이면 다른 은행들이 이를 추가로 지원해야 한다.

산은은 이미 정책금융공사를 분리하면서 기업별 대출한도를 크게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의 자기자본이 정책금융공사 분리로 인해 종전 18조8000억원에서 14조6000억원으로 줄어든 탓이다.

현행 은행법상 동일 기업과 그룹에 대한 대출한도는 각각 자기자본의 20%, 25%다. 산은에 대출한도 초과 기업이 나타나지 않았으나 총 한도 대비 여신비율은 높아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산은이 한도 까지 대출하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정책금융공사 분리 후 여러 제약이 생겼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여신집중도 높으면…= 산은이 대기업을 중심으로 대출 조정을 검토하는 것은 무엇보다 민영화 준비 때문이다. 산은은 앞으로 2년 내 기업공개(IPO)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기업공개를 위해선 외형 못지않게 질적 개선이 필요하다. 평가 항목으로 계열사 채무지급보증이나 부실가능성, 여신집중도, 성장성 등이 있다. 이들은 거래소 규정에 명시돼 있지 않지만 중요한 요건으로 간주된다. 이는 금융기관 뿐 아니라 제조업체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증권사 관계자는 "은행이 상장할 때 부실대출이 있는지, 상환이 확실한 지 등이 중요하게 검토된다"며 "이들 요인이 주관적일 수 있으나 산은의 경우 대출 쏠림을 해소하는 사전작업이 필요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기업공개에서 제 가격을 받지 못하면 민영화를 통한 공적자금 회수에도 걸림돌이 된다는 게 산은의 입장이다.

◇산은의 고민= 산은은 이미 영업부서에 여신집중도를 완화하되 수익성은 개선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구체적으로 '위험조정성과측정(RAPM)에 따른 경제적이윤(EP·Economic Profit)' 지표로 장기업적을 평가한다는 방침이다. 업무 평가에서 수익성 비중이 올라간 대신 주요항목이었던 자산(대출)증대는 제외됐다.

일선 영업부서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예컨대 규모가 큰 선박금융, 수출자금 대출, 인수금융 등은 건당 대출이 상당해 구조적으로 여신집중도를 낮추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은행권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은 대기업 뿐 아니라 중소기업, 가계 등 여신이 고루 나눠져 있어 여신집중도 조정이 어렵지 않다"며 "산은은 그러나 여신이 대기업에 몰려있어 수익성 제고와 여신 분산을 동시에 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 관계자는 "일부 부서가 수익 목표를 맞추기 어려울 것"이라며 "여신집중도 개선에 대해선 부문별로 사업 특성을 감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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