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박용성 회장의 렌즈속 새해인사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2010.01.12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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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CEO In & Out]사진애호가, 조양호ㆍ박용성 회장

사람들은 새해를 맞는 준비로 달력을 챙기곤 한다. 달력 선물의 많고 적음으로 그해 인심과 경기를 측정하는 이도 있다.

달력을 펼쳐드는 평범한 이들과 달리 특별한 달력 고민을 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직접 촬영한 사진 중 무엇으로 달력을 채울까로 한번, 누구에게 건넬까로 또 한번 고심한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박용성 대한체육회장(전 두산그룹 회장)이 주인공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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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직접 찍은 사진작품으로 만든 달력은 다국적 기업의 CEO를 비롯해 외교사절과 국내외 사업파트너 회사 등 각계 인사들에게 새해 인사차 선물로 보내진다.

올해 이들의 달력에는 안부를 전하는 것 외에 특별한 목적도 담겼다. 박용성 회장은 평창의 야생화를 2010년 달력에 담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염원을 실어 보냈다.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을 맡은 조양호 회장은 지난달 12월에 낸 사진집에서 스위스 제네바 등 여러 설경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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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회장, 렌즈에 담는 경영철학

서울 대한항공 (22,550원 ▼50 -0.22%) 본사 조 회장의 집무실에는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세계 곳곳의 풍경이 들어 있는 사진이 많다.



조 회장은 중학교 시절 선친인 고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으로부터 카메라를 선물 받으면서 사진에 빠져들었다. 조양호 회장은 부친인 고 조중훈 회장을 따라 여행을 자주 다녔는데 부친이 항상 카메라를 갖고 다니며 사진 촬영하는 것을 보면서 사진 에 대한 꿈을 키웠다. 그는 취미가 같은 부친과 사진에 대해 대화를 나누면서 사진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고 회고한다. 조양호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전무도 사진을 취미로 하고 있다. 조원태 전무는 부친의 '사진 사랑'에 영향을 받아 디지털 카메라에 심취하면서 사진 촬영을 즐기고 있다.

어깨너머 배운 것 외에도 조 회장은 국내외 사진 전문잡지를 구독하며 마음에 드는 작품은 꼼꼼히 스크랩하면서 실력을 갈고 닦는 노력파다.

조양호 회장의 여러 사진에는 하늘에서 보는 지상의 풍경을 담아낸 것을 비롯해 아름다운 하늘의 모습, 창공을 날아가는 새, 광활한 대지에 뻗은 길이 주로 담겨 있다. 글로벌 종합 물류기업의 총수로서의 철학이 배어 있는 듯하다.


그가 여행지에서 주로 찍는 사진은 업무의 일환이기도 하다. 조 회장에게는 사진 여행이 '관광'이 아니라 신노선 발굴을 위한 '시장탐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대한항공 미취항지를 중심으로 사진을 찍고 여행하며 자신이 직접 경험해 보고 시장 가능성이 있는지, 불편한 점은 무엇인지 등을 꼼꼼히 확인한다. 대한항공의 몇몇 관광노선은 그런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사진 취미도 일의 일부인 조양호 회장은 자신이 직접 찍은 사진으로 달력으로 만들어 2001년 말부터 매년 지인들에게 선물하고 있다.

그는 달력에 지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담기도 한다. 몇년 전 달력 인사말을 통해 “사진은 마음으로 ‘나’와 ‘너’가 만날 때 진정한 이해를 바탕으로 표현되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의 사진 취미와 관련해 지난해는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그의 호를 따 지난해 8월 제정한 ‘일우(一宇) 사진상’을 통해 뛰어난 재능과 열정을 가진 유망 신예 사진가들이 든든한 후원자가 된 것이다.

또 12월에는 그동안 전 세계를 여행하며 찍은 사진을 한권의 책으로 담은 사진집을 처음으로 출간했다. 지난 1992년부터 최근까지 18여년 동안 국내 및 해외 각지를 다니면서 틈틈이 촬영한 사진 중 대표작 126점과 이에 대한 해설을 260여페이지에 담아냈다.

그와 그룹 직원들과의 교감에도 사진이 자리한다. 조 회장은 "사진은 잊었던 삶의 기억을 되살려주는 힘이 있다"며 자신이 찍은 사진을 노트북 컴퓨터에 보관했다가 직원들에게 이메일로 보내주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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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성 회장, 경제인+체육인+문화인

박용성 대한체육회장의 사진취미도 유명하다. 그는 매년은 아니지만 2005년과 지난해, 올해 달력을 만들어 국내외 지인들에게 선물했다.

그의 사진 달력은 평소 출장을 가거나 휴가를 보낼 때 자투리시간을 이용해 찍은 사진들로 구성돼 있다.



박용성 회장은 중고교시절부터 사진과 인연을 맺은 사진 애호가로 틈만 나면 사진촬영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요즘도 시간이 날 때마다 우리나라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촬영해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있고 국외출장을 갈 때에도 그 나라의 문화 유적과 풍물 사진을 찍고 있다.

디지털카메라도 남들보다 앞선 1990년대 후반부터 사용해 왔다. 그는 사진을 명장면이나 찰나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수단이라기보다는 기록으로 규정한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시절 화려한 겉치레의 수사보다는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던 그의 면모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의 올해 달력에는 특별한 사연이 담겨있기도 하다. 평소 야생화를 즐겨 사진에 담긴 하지만 올해의 달력에는 특히 '평창의 야생화'란 부제가 달려 있다. 평창을 방문할 때마다 시간 나는 틈틈이 직접 들고 다니던 카메라를 이용해 현지에서 자라고 있는 물매화, 미나리아재비 등 평창의 미를 대표하는 야생화 12점을 담은 것.



지난해 대한체육회장에 선임된 후 기업인으로서 뿐만 아니라 체육인으로서 새로운 활동을 시작한 박 회장은 이 달력 3만8000여부를 만들어 국내 지인들은 물론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 해외 체육계 관계자들에게도 배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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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번이 세번째 도전인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데 다른 후보지와는 달리 평창을 비롯한 한국의 자연과 문화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 알림으로써 전 세계에 한국을 홍보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달력도 주요한 수단인 셈이다.

올해 달력 첫면에서 박 회장은 "지난 한해 동안 베풀어주신 후의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경인년 새해에도 계획하신 모든 일들이 뜻대로 이루어지기를 기원합니다"라는 인사말을 전하기도 했다. 다른 이들에 대한 인사이자 스스로에 대한 다짐으로도 읽힌다.

박 회장은 새해 벽두부터 각국 IOC위원을 비롯한 국제 스포츠계 인사들을 줄줄이 만나는 일정도 세웠다. 그는 국가적 숙원이며 자신의 염원이기도 한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절대 명제로 삼으며 스스로 만든 달력의 날짜들을 채워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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