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PEF로 구조조정 적극 참여, 글로벌 CIB 육성"

대담= 정희경 부국장대우 금융부장, 정리= 정진우 기자 2010.01.08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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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약! 2010] 은행장 릴레이 인터뷰(5) 민유성 산은금융그룹 회장 겸 산업은행장

-대우건설 인수가 높여 FI 합의 유도
-대우조선 새주인 조건 '안정· 진정성'
-외환은행 인수는 우리금융 보면서…
-해외 영업력 강화, 아시아 은행 인수


"산은 PEF로 구조조정 적극 참여, 글로벌 CIB 육성"


'산은 생명을 품고, 산은 믿음을 주며, 산은 미래를 만듭니다.'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1층 로비에 들어서면 이 글귀가 담긴 대형 현수막(가로 8m×세로 10m)이 눈에 띈다. 지난해 10월 출범한 산은금융그룹(산은지주)의 '민영화 원년'을 알리는 새해 다짐이다. 현수막엔 또 산 5개가 이어진 채로 그려졌다. 산은지주의 5개 계열사인 산업은행, 대우증권 (8,610원 ▼260 -2.93%), 한국인프라자산운용, 산은자산운용, 산은캐피탈을 의미한다. 서로 시너지를 내며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탈바꿈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금호산업 (3,210원 ▼30 -0.93%)금호타이어 (4,480원 0.00%)에 대한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개시 결정이 내려진 지난 6일 오후 산업은행장을 겸임하는 민유성 회장을 집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인터뷰 도중 잠시 자리를 비웠다 돌아오면서 "채권단 동의로 금호타이어의 워크아웃이 결정됐다"고 전했다. 자연스레 금호아시아나 (9,770원 ▲280 +2.95%)그룹의 구조조정 얘기부터 시작했다.
ⓒ 홍봉진 기자.ⓒ 홍봉진 기자.


―금호 구조조정이 본격화된 것인가요.
▶등산으로 치자면 산 밑(초입)에 와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방향을 잡고 큰 그림을 그린 상태입니다.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의 워크아웃 개시 결정이 내려졌지만 여러 채권자가 얽혀있고 이해관계도 복잡합니다. 보유채권만 보면 기업어음(CP) 회사채 장기시설대출 등으로 제각각입니다. 이들과 합의를 도출해야 하고, 금호석유화학과 금호아시아나의 자율협약은 별도로 진행돼야 합니다. 지금부터 실사를 진행하며 구조조정 계획 등을 논의하게 되는데 앞으로 2∼3개월은 걸릴 것같습니다.

―대주주들은 어디까지 책임을 지게 됩니까.
▶대주주 책임은 시장에서 판단하는 게 합리적입니다. 오너의 사재출연 문제는 시장에서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진행할 겁니다. 일단 채권단은 합의 하에 오너와 그 특수관계인이 갖는 주식 전체를 담보로 잡을 겁니다. 금호석유화학 지분까지 포함되고, 처분동의서도 받게 되죠. 경영권은 채권단과 금호가 맺는 양해각서(MOU)에 따라 보장되는데 3년 정도일 겁니다.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최장 5년으로 늘어나고요.

―금호산업이 막판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금호석유화학에 넘긴 게 문제가 되고 있는데.
▶지분매매 자체가 아니라 경영권 프리미엄 산정이 제대로 됐느냐가 문제입니다. 그것은 나중에 조정할 수 있습니다.
ⓒ 홍봉진 기자ⓒ 홍봉진 기자
―금호와 좀더 일찍 합의에 이를 수는 없었나요.
▶(합의에)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죠. 산은은 주채권은행으로서 예고된 (대우건설) 풋백옵션 만기 이전에 시간적인 여유를 갖고 일찍 해결하는 게 금호 측에 유리할 것으로 보았습니다. 산은PEF(사모펀드)가 대우건설을 인수할 수 있다고 제안한 게 지난해 6월입니다. 선제적 구조조정을 주문한 것인데 금호는 나름의 입장이 있었던 탓인지 이를 거절했습니다. 금호는 대우건설의 공개매각을 선택했는데, 아시다시피 공개매각은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빠르면 6개월, 길면 1년입니다.


―대우건설은 어떤 방식으로 인수하게 됩니까.
▶산은이 PEF를 조성한 뒤 대우건설 지분 '50%+1주'를 주당 1만8000원에 사줄 예정입니다. 여기서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금호그룹 전체 경영정상화가 채권단과 합의된 방향으로 확실히 이뤄질 때 그렇게 하겠다는 겁니다. 가격은 대우건설의 현재 주가보다 상당히 높지만 이는 구조조정을 합의된 방향으로 잘하자는 의미입니다. 재무적투자자 입장에서도 시가보다 높아 매력적인 조건일 겁니다. 인수제안 가격은 전체적으로 채권자간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수준으로 보면 됩니다.

포스코 (375,000원 ▼500 -0.13%)동국제강 (8,000원 ▲50 +0.63%)이 전략적투자자로 참여하나요.
▶PEF를 구성해봐야 압니다. 국내외 투자자들을 참여시킬 예정입니다. 믿을 만한 전략적투자자가 있다면 우선 매수권을 줄 계획입니다. 다만 금호에 다시 넘기는 일은 없을 겁니다.



―앞으로 금호와 협의는 잘 진행되겠죠.
▶금호 측이 채권단과 합의를 잘 이행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 금호산업이나 금호타이어는 기업회생절차로, 금호석유화학과 아시아나항공은 워크아웃 절차로 갈 수밖에 없는데 최악의 시나리오죠.

―산은PEF는 산은지주가 글로벌 상업투자은행(CIB)으로 나가는데 도움이 되겠죠.
▶PEF로 대기업 구조조정에 참여하는 것은 대우건설과 금호생명이 처음입니다. 그러나 이런 형태가 많이 활용될 겁니다. 구조조정이 어려운 기업만 하는 게 아니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으려는 기업도 필요합니다. 산은은 그동안 구조조정 노하우를 많이 쌓아왔는데 상당수 성공적이었습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아시아시장에서도 이 정도면 견인축 역할을 할 것입니다. 이 장점을 각 국에서 긴요하게 활성화할 수 있습니다.

―대우조선해양은 어떻습니까.
▶대우조선해양은 정상화된 곳입니다. 세계 조선업계 2위입니다. 채권단 소유 상태에선 공격경영이 쉽지 않습니다. 민간이 맡는다면 계속 성장할 수 있어 경영주체를 빨리 찾아주려 합니다.



―한화 측이 다시 도전할 수 있나요.
▶저희는 매각절차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아직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대우건설에서 보듯 무리한 인수·합병(M&A)은 기업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대우조선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때 무엇보다 안정적으로 키울 수 있는 능력과 진정성을 볼 겁니다.

ⓒ 홍봉진 기자ⓒ 홍봉진 기자
―올해 은행권 화두로 M&A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시장에 소문은 늘 많습니다. 산은이 금융산업 재편의 기폭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만 정부가 100% 주주로 있어 정부와 긴밀한 협의가 필수입니다. 산은의 민영화와 매각가치 극대화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될 겁니다.

외환은행 (0원 %) 인수는.
▶현재 매물로 나와 있지요. 앞으로 우리금융 민영화 계획 등을 보면서 접근할 텐데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겠습니다.



―올해 전략은 어떻게 세우셨습니까.
▶산은지주가 출범하면서 2020년 세계 20위권의 글로벌 CIB라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올해는 이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10년 계획의 첫해입니다. 핵심운영시스템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나가고, 그룹의 시너지 창출과 CIB 핵심역량 강화, 영업기반 확충 등을 중점 추진할 계획입니다. 특히 올해는 아시아지역 영업력 확충에 포커스를 맞춰 계열사의 해외영업 인프라를 정비할 방침입니다. 아시아지역 은행 인수도 적극 모색할 것입니다. 또한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여 시장메커니즘을 활용한 다양한 펀드와 구조화금융을 준비하고 구조조정을 차질없이 추진할 계획입니다.

―국내 영업력 강화 방안은.
▶산은지주 출범으로 은행과 증권, 캐피탈, 자산운용을 아우르는 종합서비스가 가능해졌습니다. 지난해 산은지주의 복합금융상품으로 첫선을 보인 'One KDB CMA'나 산은과 대우증권이 주도해 국내 최초로 설립한 인수목적회사(SPAC) 등 계열사의 차별화된 역량을 상품으로 녹여내는 노력은 이미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이처럼 특화된 상품뿐만 아니라 각종 영업시스템도 개선할 방침입니다. 수신기반 확보를 위해 무조건 은행 점포수를 늘리는 전략만 고집하지 않을 겁니다. 국내 은행 점포수는 7000개를 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선 점포 확장을 통한 수신전략은 한계가 있습니다. 유형의 자산보다 무형의 노하우를 통해 산은에 맞는 다양한 방법으로 판매·서비스기반을 다질 예정입니다.

―올해 경제상황은 어떻게 보시나요.
▶우리나라가 일단 위기에서 벗어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국제시장에 오픈돼 있어 앞으로 또 어떤 영향을 받을지 아무도 모릅니다. 국제시장엔 아직 큼직한 이슈가 남아 있습니다. 상업용 부동산 문제도 있고 국제 채권 가격 등이 있죠. 낙관하기엔 이릅니다. 다만 전체적인 컨센서스가 이뤄지는 대목은 조정이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국제공조가 잘 이뤄져 조정이 작은 규모에 그치면 한국에 기회가 찾아올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번 위기에서 다른 국가보다 손실규모가 작았고 회복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산업과 시장에서 경제주체들이 경쟁력을 확보하면 앞으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충분히 마련돼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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