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선 방법이 없습니다. 기다리는 수밖에....별 도움이 못돼서 죄송합니다."
지난 3일 저녁, 금호그룹 회사채에 투자했다는 한 독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지난해 안전한 채권이라는 말만 믿고 예금을 깨서 금호타이어 (4,480원 0.00%) 회사채에 투자했는데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가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것이 통화의 요지였다. 기자가 해줄 수 있는 답변은 그저 "죄송하다" 뿐이었다. 통화 내내 독자가 느낄 낭패감을 생각하며 죄송하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많은 투자자들은 금호그룹의 '대마불사'를 믿었다. "재계 서열 8위의 금호그룹이 망하기야 하겠냐"는 근거없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안되면 정부가 나서서 도와줄 것이란 섣부른 기대도 있었다.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금호그룹의 위기를 등한시하지 못 할 것이란 이상한(?) 셈법까지 나왔다.
그러나 늘 그렇듯이 대박은 없었다. 근거없는 믿음과 기대는 또 다시 투자 실패란 쓰디쓴 결과물로 돌아왔다. 투자 결과에 대한 책임은 결국 투자자들의 짐이다. 하지만 눈 먼 투자자들을 상술에 이용한 금융기관들은 어떤가? 금융기관들이 선관의무를 다하지 못한다면 한국 금융시장은 그저 '눈먼 자들의 시장'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