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넘긴 금호그룹, 앞날은?

머니투데이 서명훈 기자, 기성훈 기자 2009.12.30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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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강도 구조조정 불가피… '경영권 배수진' 외부 평가 긍정적

금호아시아나 (9,770원 ▲280 +2.95%)그룹이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구조조정 및 정상화 방안을 마련함에 따라 일단 급한 불을 끌 수 있게 됐다.

금호그룹 전체의 유동성 위기를 불러왔던 대우건설 매각 문제가 일단락 돼 아시아나항공 등 나머지 계열사들은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가능하게 됐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오남수 경영전략본부 사장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사에서 열린 금호그룹-산업은행 채권단 자금지원 및 구조조정 방안 공동기자회견서 침통한 표정을 보이고 있다.              /이명근 기자<br>
금호아시아나그룹 오남수 경영전략본부 사장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사에서 열린 금호그룹-산업은행 채권단 자금지원 및 구조조정 방안 공동기자회견서 침통한 표정을 보이고 있다. /이명근 기자


하지만 금호그룹이 풀어야 할 숙제는 여전히 산적해 있다. 워크아웃을 신청한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의 경영정상화 방안을 수립해야 하고 자율협약 대상으로 분류된 아시아나항공이나 금호석유화학 역시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인력 감축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불가피해 노사 갈등 가능성도 남아 있다.



금호그룹의 위상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지난해말 현재 금호그룹의 재계 순위(공기업 제외, 자산 기준)는 GS에 이은 9위였다. 하지만 대우건설을 매각하게 되면 13위권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경영권 한시적 '유지'
워크아웃 등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시작돼도 금호그룹 경영권에는 큰 변화가 없다.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금호석유화학이 지분율에 변동을 가져오는 워크아웃이 아닌 자율협약으로 경영 정상화를 도모하게 됐기 때문이다. 박삼구 명예회장이 계열사 지분을 '매각'이 아닌 담보제공 형태로 출연하는 것이어서 지분 소유 구조에도 당장에 변화는 없다.



이와 관련 오남수 전략경영본부 사장은 "박삼구 회장과 특수 관계인 모두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 전부를 사재출연 할 것"이라며 "금호석화 지분이 대부분이지만 규모는 현재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단서 조항이 달렸다. 상황이 더 악화돼 경영정상화가 여의치 않을 경우 채권단에서 담보 주식을 처분할 수 있다. 당분간은 박 명예회장 체제가 유지되지만 경영정상화에 실패하면 경영권 전체가 채권단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박 명예회장 입장에서는 사실상 '배수의 진'을 친 셈이다. 경영 정상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내는 동시에 현재의 위기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도 읽힌다.


외부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LG경제연구원 박상수 연구위원은 "일부 자금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지만 충분히 예상이 가능했던 상황인 만큼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금호 입장에서는 부채부담을 덜어내고, 궁극적으로는 자금이 필요한 다른 기업이 수혈기회를 갖게 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호석화·아시아나 자율협약 어떻게?
유동성 문제가 급박했던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는 워크아웃을 선택했지만 금호석화와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과의 자율협상을 통해 정상화의 길을 걷게 된다. 자율협약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일종의 신사협정이다.



채권단도 금호석화나 아시아나의 경영 상태가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현재의 유동성 위기가 구조적인 문제가 아닌 일시적인 이벤트라는 얘기다.
오 사장은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고환율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비수기 11월에는 경상이익을 실현했다"며 "바닥을 치고 흑자전환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경영정상화로 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율협약이라도 고강도 구조조정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명예퇴직이나 희망퇴직 형태로 인력을 줄이는 작업이 뒤따를 것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외환위기 당시 희망퇴직을 실시했던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부터 다시 희망퇴직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9월말 현재 금호석화와 아시아나의 직원 수는 각각 1057명과 2989명이다.

금호석유화학의 경우도 자산 매각 등으로 부채비율을 낮추는데 초점을 맞추면서 임금 조정 등을 통한 비용절감 노력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경영실적이 괜찮은 만큼 증자를 통해 자본확충에 나설 가능성도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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