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사전검사에 막힌 'KB회장 선임'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2009.12.30 21:06
글자크기

KB금융에 무슨 일이… 임시주총 연기땐 거센 후폭풍 예상

KB금융 (83,600원 ▲1,100 +1.33%)지주가 회장 선임 강행의 '후폭풍'을 맞고 있다. 지난 4일 강정원 국민은행장을 차기 회장으로 내정한 뒤 연일 '바람 잘 날'이 없다.

시작은 감독당국의 사전검사. 다음달 종합검사를 위한 사전작업이지만 이례적으로 고강도로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사외이사 비리 혐의가 공공연히 거론됐고 도덕적해이(모럴해저드)가 심각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사회는 전방위 압박에 일단 걸음을 멈췄다. 31일 긴급간담회를 열어 다음달 7일로 예정된 임시주주총회 연기 여부를 논의하기로 한 것이다. 주총이 연기되면 회장 선임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강 내정자의 거취가 주목되는 대목이다.

◇고강도 사전검사=금감원은 지난 16~23일 KB금융에 대해 사전검사를 진행했다. 내년 1월14일에서 2월10일로 예정된 종합검사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정작 인력, 기간, 검사대상 등에서 종합검사에 버금갔다는 얘기가 나왔다.



사전검사는 종합검사를 앞두고 검사대상과 방향을 정하기 위한 준비단계다. 통상 3~4일 정도 자료를 수집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지만 이번 사전검사는 그간 분위기와 사뭇 달랐다.

금감원은 당초 3명의 직원을 파견할 계획이었지만 10명 이상으로 늘리고 기간도 통상적 기간보다 2배 늘어난 6일이었다. 부서장급 12명의 개인컴퓨터를 통째로 가져가기도 했다. 금융계 관계자는 "PC를 챙기는 것은 종합검사에서도 보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사외이사 '집중포화'=사외이사에 대한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지난 2월 금감원 실태조사에서 결론이 난 사외이사 비리혐의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당시 KB금융은 당국의 지적으로 뒤늦게 규정을 바꿨다.


모럴해저드 논란도 일었다. 사외이사들이 거마비(교통비, 회의참가비)를 이중, 삼중으로 지급받았다는 것이다. 하루에 여러 번 회의가 열린 경우 거마비를 회의 때마다 챙기는 방식을 통해서다.

그러자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사외이사제가 '폐쇄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 KB금융은 최근 규정을 바꿔 사외이사 연임이 쉽도록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금융당국은 사외이사 자격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사외이사제도 개편안을 내년 1월 내놓을 예정이었다.



◇강정원 '회장' 가능할까=회장 선임을 둘러싼 후폭풍이 어디까지 미칠지는 예단하기 힘들다. 우선 31일 열리는 임시주총에서 연기로 결정되면 후폭풍의 강도는 훨씬 세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계 일각에선 '연기'의 경우 사실상 '(회장선임) 취소'로 해석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회장 선임이 3월 정기주총으로 늦어지면 그 과정에서 당국의 압박을 이기지 못한 강 내정자가 사퇴카드를 던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사퇴는 회장뿐 아니라 은행장 잔여임기까지 포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면 KB금융은 황영기 전회장의 사퇴에 이어 재차 혼란에 빠져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현재 주주들은 강 내정자를 회장으로 선임하는 데 크게 반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외국계 주주(지분율 58.2%)들이 의견을 참고하는 주총안건 분석 전문기관 ISS는 강 내정자 선임에 찬성의사를 내놨다. 국내주주인 자산운용사들도 공시를 통해 속속 찬성의견을 보였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