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2009년의 결산

문형구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2009.12.31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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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2009년의 결산


2009년을 보내고 2010년을 맞이하면서 연말이 되면 언제나 그러하듯이 상투적이지만 언제나 그럴 듯한 말을 들을 수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해지만 어느 정도는 훌훌 떨쳐 버리고 새로운 시간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의 마음을 담고 2009년의 날이 슬그머니 저물어 가고 있다는.

그러나 날밤을 새우며 고민하고 따지고 머리를 맞대어도 해결방안이 보이지 않는 복수노조 및 전임자 임금지급 문제, 예산안 처리도 못하면서 국가경영의 한 축을 맡고 있는 국회, 세종시 관련 논란으로 나라가 거의 분열상태에 있으면서도 어정쩡한 상태로 있는 지금 한국의 현실은 어쩌면 2009년을 무거운 짐 내려놓듯이 그냥 보내기는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직도 경기회복의 미약한 신호를 느끼지 못하고 있는 다른 선진국과는 달리 한국은 여러 다양한 평가가 있기는 하지만 불황의 긴 터널을 뚫고 서서히 회복의 기지개를 켜고 있는 듯 보인다는 점일 것이다.

지난 2년의 어려움을 서서히 극복하고 있냐는 점에서 2009년은 다시 찾아 온 불황의 의미를 생각해 보고 그것이 우리에게 끼친 영향이 무엇이었는지 결산해 볼 시간이라 할 수 있다. 불황기 속에서 우리가 본 한줄기 빛은 무엇이었는지 상처 받은 리더십을 어떻게 되살려낼 것인지 등등을 생각해야 할 때다. 2009년이 우리에게 준 결산은 무엇일까.



첫째, 가장 큰 교훈은 무엇보다도 자본주의의 본질에 관한 고민이 아닐까 한다. 자본주의 본질이 이윤의 극대화인데 왜 이윤을 극대화하려 하는지 그리고 이윤을 통하여 무엇을 달성하고자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다시 절실해 지고 있다.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은 기업들이 지원금을 조기상환하고 있는데 물론 경영성과가 좋아져 자금의 여력이 생겨서이기도 하지만 더욱 큰 그리고 공공연하게 숨겨진 이유는 정부의 규제로부터 벗어나려 하는 특히 경영자의 보상에 관한 정부의 규제를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라는 기사와 최고경영자들이 보상을 많이 받을수록 주주의 수익은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는 최근의 연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윤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더 좋은 일을 위해 쓰려고 이윤을 추구한다는 퓨리탄들에게서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

두 번째 교훈은 기업의 활동에 대한 무한정의 무규제는 이제 더 이상 받아들여지지 않으며 기업이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 이상의 기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년간의 세계경제 위기의 주범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는 파생상품에 대한 여러 규제가 수많은 반규제 로비활동에도 불구하고 큰 공감대를 얻고 있다.


또한 미국의 오바마대통령이 구제금융을 통해 회생한 기업들에게 미국 경제회복을 위해 가시적인 행동을 보여 달라고 요청한 것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한국의 경우는 어떨까. 사실 올 해 한국 기업의 선전(특히 3분기에 이르러)은 정부의 다양한 재정정책과 환율정책 그리고 한국 사회 구성원의 희생이라는 영향을 무시하고 설명하기 어렵다.

예컨대 원화의 약세유지가 국민과 모든 기업에게 동일한 혜택을 준 것이 아니라 대기업의 성과에 유리하게 작용한 점이 있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어려움 극복을 위해 함께 고통을 나눈 사회와 구성원들에게 기업을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함을 2009년은 보여주고 있다.



셋째, 어려움을 겪고 나면 '비온 뒤 땅이 더 굳어진다'라는 말을 하곤 한다. 어려움을 함께 겪다 보면 동류의식을 느끼게 되고 갈등도 이해하게 되어 더욱 더 관계가 좋아진다는 것이다. 이 때 중요한 것은 고통을 함께 나누는 사람들 사이의 신뢰다.

특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의 경우 경영자에 대한 종업원의 신뢰가 필수적이다. 너무 평범한 지적이지만 경영자에 대한 신뢰는 경영자가 행동으로 모범을 보이면서 리더십을 발휘할 때 가능해 진다. 특히 상황이 어려울 때 경영자 자신이 중요시 여기는 가치에 걸 맞는 행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영자가 자신이 표명하고 있는 가치와 부합되는 행동을 하는지 여부가 종업원에게 위기시에 더욱 더 잘 보이기 때문이다.

넷째, 어려움은 언제나 감추어진 축복(blessing in disguise)이라는 점이다. 어느 날 갑자기 우리를 덮친 경제적 어려움이 우리를 괴롭히는 것으로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우리의 힘을 키워 준 장기적으로 살아 남을 수 있는 강한 힘을 키워 준 계기가 되었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는 점이다.



물론 모든 기업이 그리고 모든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이러한 깨달음을 얻은 것은 아니지만, 다시 지난 2년간의 어려움 같은 상황이 다시 온다 하더라도 희망을 가지고 어쩌면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충만하게 만든 2009년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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