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원전 수출, 단군 이래 최대 규모

머니투데이 강기택 기자 2009.12.27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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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30여년만에 원전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변신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수주는 단일 계약금액으로 리비아 대수로 2단계 공사금액(63억 달러)를 6배 이상 뛰어넘는 사상 최대 수출규모다.

또 이번 수출은 한국형 원전이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고 있음을 인정받은 것으로 ‘원전수입국’이었던 한국이 30여년만에 ‘원전수출국’으로 거듭 났다는 점에서도 의의를 갖는다.



쏘나타 100만대 수출과 맞먹는 규모

이번 수주는 1400MW급 한국형 원전 4기를 설계.건설하고 준공 후 운영지원, 연료공급까지 하게 되는 초대형 원전플랜트 일괄수출 계약이다.



발전소의 설계.구매.시공, 시운전, 연료공급 등 건설 부문의 계약금액만 약 200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2만 달러짜리 NF 쏘나타를 100만대 수출하는 것과 맞먹는 규모다. 또 30만톤급 초대형 유조선(1.1억$) 180척을 수출하는 것에 견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원전건설 후 60년의 원전 수명기간 중 원전운영사의 운전, 기기교체, 연료공급 등 운영지원에 참여해 약 200억 달러의 추가 수주가 예상된다. 따라서 총 수주규모는 400억불에 달할 전망이다.

이에 따른 고용창출효과도 상당하다. 사업기간이 10년인 점을 고려할 때 연 평균 1만1000명씩 연인원 11만명의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30년만에 원전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이 같은 경제적인 효과 이외에도 이번 원전 수출을 통해 통해 한국은 원전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변신했다. 1978년 국내 최초 원전인 고리 1호기가 상업운전된 지 30여년만이다.



그동안 한국은 우수한 기술과 풍부한 건설경험에도 불구하고 상용원전 플랜트 수출경험이 전무하다는 약점과 한국형 원전의 낮은 인지도로 인해 국제 원전 시장에서 고전해 왔다.

그러나 이번 UAE 수출로 한국형 원전의 경쟁력을 대외적으로 인정 받으며 향후 추가적인 해외 수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또 미국, 프랑스, 캐나다, 러시아, 일본 등에 이어 세계 6번째 원전수출국이 됨에 따라 선진 기술력 및 원전산업 강국으로서 국가 이미지를 획기적으로 제고한 측면도 있다.



한전컨소시엄, 강자들을 물리치다

한전 컨소시엄은 지난 5월 WEC(미국), 도시바(일본), 미쓰비시(일본) 등 3개 컨소시엄을 일찌감치 물리치고 본선(최종심사)에 올랐다.

한국전력컨소시엄이 마지막까지 마주한 경쟁 상대는 아레바(프랑스), GE(미국)-히타치(일본) 등 세계 원전 사업계를 독점해 온 업체들이다.



단 한번의 원전 수출경험도 없었던 한전컨소시엄으로서는 넘어야 했던 벽이 그만큼 높았던 셈이다.

그러나 한전컨소시엄은 한전, 한수원, 두산중공업, 삼성건설, AMEC, 벡텔 등 10개 업체에서 약 80명이 참여한 UAE 입찰전담반(War-Room)을 구성해 한국형 원전의 강점을 강조하며 수주전에 나섰다.

여기에다 원전 수주전이 정부간 총력전 양상을 띠게 되면서 이명박 정부가 전폭적으로 협력 외교를 진행한 것도 한몫했다.



한국 원전 경쟁력 세계 최고 수준 인정

한전컨소시엄이 세계 원전시장을 독점해 온 아레바, GE-히타치 등과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최종사업자로 선정된 것은 무엇보다도 UAE가 한국형 원전의 경쟁력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한국은 1978년 1호 원전 건설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20기를 운영중이며 세계 최고 수준의 운영능력을 갖고 있다.



원전 운영능력의 척도인 원전이용률은 지난해 세계 평균 79.4%인 가운데 한국 93.3%로 미국 89.9%, 프랑스 76.1%, 일본 59.2% 등을 압도하고 있다.

가격경쟁력도 으뜸이다. 건설단가의 경우 한국형 원전인 APR1400은 kW당 2300달러로 프랑스의 EPR(2900달러), 일본의 ABWR(2900달러), 미국 AP1000(3582달러)에 앞서 있다.

발전단가는 kWh 당 한국 3.03센트, 프랑스 3.93센트, 일본 6.86센트, 미국 4.65센트로 역시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국표준형 원전(OPR1000)의 경우 건설에 52개월 소요돼 프랑스 CPR1000 60개월, 러시아 WER1000 83개월, 미국 AP1000 57개월에 비해 훨씬 건설기간도 짧다.

설계에서 유지보수까지 원전 전 단계에 걸친 강력한 공급체인을 보유하고 있고 30여년간 지속적으로 원전을 건설하면서 축적한 경험과 고급 인적 자원 역시 한국만의 경쟁력이다.

2012년, 원전기술 자립도 100%



한국은 1995년 한국형 표준원전(OPR 1000)의 기술개발을 완료한 데 이어 2002년엔 한국신형 원전(APR 1400)까지 개발을 마쳤다. 현재 기술자립도는 95% 수준에 도달했다.

그러나 아직 한국은 원전설계코드, 원자로냉각재펌프(RCP), 원전제어계측장치(MMIS) 등 일부 핵심기술이 없다. 이처럼 '5%' 부족한 핵심기술은 그동안 원전 수출의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국내 원전 건설 및 해외 원전 수출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해외 수출과정에서 해당국가가 기술이전을 요구할 경우 원 공급사의 동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기술이전이 전제조건이었던 2004년 중국 원전입찰, 2007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원전 입찰에서 아예 제외되는 설움을 겪어야 했다.

정부는 아직 자립하지 못한 핵심기술과 토종 신형원전(APR+) 개발을 2012년까지 완료해 해외 시장 진출을 원활하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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