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의 '배수진'…여야의 결단은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09.12.27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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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오 국회의장이 27일 내년도 예산안이 연내 처리되지 않을 경우 의장직을 전격 사퇴하겠다고 밝힌 것은 여야의 막판 협상을 압박하기 위한 고육지계로 보인다.

예산안 연내 처리까지 불과 5일을 남겨둔 상황에서 마냥 여야 자율 협상 결과만 기다릴 수 없는 만큼 직접 팔을 걷어붙인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김 의장이 이날 성명에서 쟁점사항인 대운하사업 의혹에 대해 국회결의안을 낼 수도 있다며 4대강 사업 예산을 오는 28일까지 결론내자고 중재안을 냈다.



정치권은 특히 김 의장이 '사퇴'를 직접 언급한 데 주목하고 있다. 지난 7월 미디어법 강행 처리 이후 야권의 책임 공세가 쏟아질 당시에도 김 의장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며 '사퇴'라는 표현은 자제했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그만큼 이번 예산안 정국에 대한 김 의장의 우려가 크다는 것"이라며 "연내에 예산안 처리를 못해 준예산이 편성되는 사태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막아야 한다는 게 김 의장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당대표와 원내대표 등 여야 지도부의 동반 사퇴를 거론하고 나선 것에서도 이런 기류가 읽힌다. 김 의장은 "예산안이 연내에 처리되지 못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한다면 이것은 국회의 기능이 정지됐음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국회의장을 비롯한 여야지도부 등은 책임을 면할 수 없는 만큼 공동으로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대화와 타협을 봉쇄하고 의회민주주의의 풍토를 막는 당내외 강경파는 이번 사태에 근본적 책임이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며 여야 지도부의 '결단'에 힘을 실었다.

한편에선 여권에서 직권상정 요구가 거세지기 전에 미리 중재를 촉구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여권 내부에선 민주당이 이번 예산안 정국을 내년 6월 지방선거를 대비해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고개를 들면서 사실상 국회의장의 직권상정밖에 돌파구가 없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장광근 한나라당 사무총장도 이와 관련,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의 전략은 예산 정국에서 탄압받는 야당의 모습을 극대화하면서 내년 지방선거 정국에 대비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선 김 의장이 직권상정을 염두에 두고 명분쌓기에 들어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한편 김 의장은 이날 오후 6시 국회에서 한나라당 안상수,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와 3자회동을 갖고 여야 타협을 촉구할 예정이다.

앞서 김 의장은 전날 밤 한남동 의장공관에서 한나라당 이경재 남경필 권영세 의원, 민주당 김효석 원혜영 김부겸 의원 등 여야 중진의원과 심야회동을 갖고 예산안 연내처리를 위한 의견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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