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문단은 같지만 한은은 결정문에 여러 고민과 함의를 깔아두고 있다. 지난 1년간의 결정문은 광범위하게 돈을 푸는 살포용 지도이기도 했고 향후 출구전략의 열쇠기도 하다.
‘향후 성장의 하향 위험’, ‘금융기관의 보수적 자금운용으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 ‘급속히 위축되는 경기’ 등 침체를 의미하는 어휘들이 대거 동원됐다.
한은의 인식에 큰 변화가 엿보인 것은 6월이었다. 당시 결정문에는 경기가 하강을 멈춘 모습이라는 표현이 쓰였다. 성장의 하향위험이 상존하고 있다는 단서가 붙긴 했지만 중요한 전환이었다.
정희전 한은 정책기획국장은 “금통위에서 여러 이견도 있었지만 하강을 멈췄다고 발표한 것은 중요한 반전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당시 경기판단이 늦었다면 여러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었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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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에 따른 부작용으로 주로 지목된 것은 시중 자금의 단기화 현상과 부동산 가격 상승이었다. 실제로 7~ 9월 결정문에는 연이어 부동산 가격 상승의 진원지로 주택담보대출이 꼽혔다. 한은의 우려처럼 금융당국에서는 9월 초 주택담보대출 급증 추세를 꺾기 위해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9월 이후 한은은 이성태 총재의 여러 언급을 통해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총재는 9월 10일 금통위 직후 금리 인상이 긴축이 아니라고 밝혔다. 또 12월 10일 금통위 뒤 기자간담회에서는 “내년 성장 전망을 4~ 5%로 보고 있는 상황에서 2%금리는 낮다”고도 했다.
올해 마지막 발표된 통화정책 방향에는 ‘불확실성에도 경기가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이 총재는 내년 통화정책에 대해 지난 10일 "매달매달 지켜봐 가면서 경기·물가 등에 맞춰 금리조정 타이밍을 잡는 고민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은 관계자는 “지속되고 있는 회복세가 추가로 전진하느냐 후퇴하느냐가 1월 중순 이후 나오는 4분기 국내총생산(GDP) 통계 등을 통해 확인될 수 있을 것”이라며 “금리 조정의 필요성도 그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구체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2월 금통위가 첫 고비가 될 수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4월 이후 계속 실리고 있는 금융완화기조(돈을 푸는 정책) 유지에 대한 언급(결정문 다섯 번째 문단)이 크게 바뀔 날은 점점 다가오고 있다.